[초점] 16MD램 가격 오르려나... 급반등 배경과 전망

최근 세계 반도체 현물(스폿)시장에서 16MD램의 가격이 며칠째 급반등세를 보이자 국내는 물론 세계 반도체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미국은 물론 동남아지역에서 거래되는 16MD램의 개당가격은 평균 8달러선으로 불과 1주일 전보다 무려 2달러나 올랐다. 이는 1‘4분기가 통상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분명 이례적인 일이며 특히 올 들어서도 가격약세가 계속돼온 터라 업계 전문가들조차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해외 언론들은 대체로 이같은 현상이 세계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인위적인」 물량조절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해외의 이같은 시각에 대해 한국 업체들도 적극적인 부인은 하지 않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체의 한 임원은 『D램 가격이 생산원가 수준으로 떨어져 생산능력을 동결하고 시장출하도 자제하고 있으며 다른 국내 업체들과 일본 메모리 업체들도 처한 상황이 비슷한 만큼 자구방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감산 및 출하억제 분위기의 확산을 예상했다.

한국 업체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스폿시장. 스폿시장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도 되지 않지만 수급에 민감해 이제까지 D램의 가격하락을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대형 거래처의 OEM물량은 수요도 크고 가격도 안정적이다. 따라서 이제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까지 온 마당에 굳이 스폿시장에까지 공급해 가격하락을 부추길 이유는 없다는 게 국내 업체들의 판단이다.

이번 가격반등과 관련한 또 하나의 궁금증은 이같은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에 모아지고 있다. 스폿시장 출하를 억제한 지 일주일도 안돼 무려 2달러 수준의 가격상승이 촉발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같은 분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그간 줄곧 떨어지기만 했던 가격이 확실하게 반전될 가능성을 기대해 봄직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상황은 한국 및 일본 업체와 공동으로 감산조치에 들어갔던 지난해 상황과 분명 다르다. 당시에는 15달러선이었던 가격을 좀 더 높게 받겠다는 의도였다면 현재는 생산원가가 위협받는 상황인 만큼 분위기 반전을 위한 업체간 자발적인 결속력은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특히 16MD램의 수익보전은 물론 64MD램의 정상적인 가격조성을 위해서도 이같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게 확산돼 있는 것 같다.』(D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그러나 이번 출하억제 전략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우선 이 틈을 노려 미국과 대만 업체들이 시장공세를 강화할 경우 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잃는 것보다 얻을 게 더 많다」는 반응이다. 그간 공급과잉의 주범이었던 시장재고도 거의 소진단계이고 일본 업체들이 수익을 최우선시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승부수」는 성공할 가능성이 더 많다는 판단이다.

이번 16MD램의 생산동결과 출하억제 정책이 16MD램과 64MD램 가격을 함께 잡는 식의 「두마리 토끼 사냥」에 성공할지는 좀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세계 반도체시장을 1년 이상 강타한 D램 가격급락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분기점 역할을 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커 보인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