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금요기획 "화제와 이슈" (12);대기업 소비재 수입 중단

최근 대우, LG, 삼성, 현대, 쌍용그룹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소비재 수입 전면중단을 선언하고 나섬으로써 수입제품이 주도하고 있는 소형가전시장에도 변화가 일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이 소비재로 분류될 수 있는 소형가전제품들은 현재 외산 유명 브랜드의 시장잠식률이 50%를 넘는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고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 대기업들이 종합상사를 통한 직수입이나 수입전문 유통사를 통해 외산품을 들여오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또한 통상산업부 발표에 따르면 작년 무역수지 적자가 2백4억달러나 되고 소비재 수입이 전년보다 20.6%나 늘어난 1백61억달러로 집계돼 각계에서 긴급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소리가 높아져 왔다.

이런 시점에서 대기업의 경영진이 직접 나서 불요불급한 소비재 수입을 중단하고 생산성을 높여 수출을 증대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은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이런 의지천명이 계속적으로 확산돼 거대 수입상으로 변해가고 있는 일부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을 독려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대기업 경영자들의 선언이 제대로 실천될지에 대해서 그리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이 선언이 제대로 지켜지려면 기업이 나름대로의 출혈(?)을 감수할 만한 강인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매출의 수정 및 사업의 구조적 조정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구체적인 방침이 실무부서까지 하달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직접투자보다는 수입판매가 훨씬 경제적이었던 소형가전분야에 있어서는 대기업들이 확실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우그룹은 종합상사인 (주)대우를 통해 청소기, 가스오븐레인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수입하고 있고 대우전자는 필립스의 커피메이커를 자사의 대리점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삼덕물산, 해성인터내셔날, 백색가전 등 전문수입상사가 수입한 토스터, 면도기, 다리미 등의 소형가전제품을 대우가전마트와 하이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등 가전제품 수입이 남달리 많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을 통해 의류 및 고가 사치품을 수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세계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가 가전제품들도 직수입하고 있으며 LG그룹도 LG상사를 통해 유명 외제브랜드의 의류와 화장품, 가전제품 등의 소비재 수입을 진행하고 있다.

(주)쌍용은 독일의 밀레 가전제품을 직수입해 국내의 부엌가구업체들에 붙박이 가전용으로 공급하고 있고, 아남전자는 일본의 내셔널 제품과 파나소닉 제품을 직수입, 자사의 대리점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해태전자도 오디오 수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두산상사는 월풀과 제휴해 아예 월풀사의 국내 판매법인처럼 여겨질 정도다.

이렇듯 대기업이 거대 수입유통상으로 변해 직간접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가전제품들에 대한 분명한 구조적 개선이 없이는 경영진들의 의지가 제대로 실천될 수 없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이고 국내산업을 활성화해 경기를 부양하고 수출을 늘리려면 무엇보다도 불요불급한 가전제품 수입에 대한 대기업 및 중견기업들의 명확한 입장표명과 구체적인 실천이 있어야 할 때이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