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PC 부도... 용산전자상가 컴퓨터.부품유통업계 흔들

한국IPC 부도의 파장으로 컴퓨터, 부품유통업체에 회오리가 일고 있다.

한국IPC(대표 김태호)는 지난 29일 최종적으로 돌아온 5억7천만원의 어음을 처리하지 못해 제일은행 포스코지점으로부터 부도처리 됐다. 현재 정확한 집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7백억원대의 부도금액이 될 것으로 업계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 정도의 금액이라면 컴퓨터업계로는 사상 유례없는 액수이다.

한국IPC에 부품, 컴퓨터주변기기를 공급하던 중소 유통업체들의 경영난 가중이 불보듯 뻔한 일이다. 연쇄부도도 우려되고 있다.

부도가 결정된 29일 오후 6시 이후 한국IPC 납품업체들은 대책숙의에 들어갔다. 아직 만기일이 지나지 않아 최종 부도어음이라고는 할 수 없으나 거의 부도어음으로 확실시 되는 채권을 들고 업계관계자들은 당황하는 모습이다.

<>...이번 한국IPC 부도의 최대 피해자는 부품유통업체. 지난해 소프트라인의 부도이후 더욱 심각해진 메모리경기의 침체로 몸살을 앓아온 부품유통업체는 이번 부도여파로 심각한 중병을 앓을 듯.

관련업계에 따르면 S전자의 부품대리점들이 입은 피해액만 60억원이 웃돌고 S, K, S, D그룹의 부품유통관련 대기업들의 피해액은 50억원에서 1백억원에 이르기까지 수백억원대. 앞으로 닥쳐올 어음지불액을 합치면 7백억이 넘는 1천억대에 이른다는 의견도 팽배.

그러나 무엇보다 5~6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중소 부품유통업체의 자금난가중으로 연쇄부도를 일으킬 우려가 커 관련 부품유통업체들의 고민은 갈수록 태산.

<>...지난 24일 한국IPC는 약 25억원의 만기어음을 한시기간인 정오 12시까지 막지 못하고 이를 연장해 오후 6시에 결제하는 등 이미 부도조짐. 그러나 컴퓨터경기의 성수기인 졸업, 입학철이 다가옴에 따라 자금회전이 용이해져 부도까지는 가지 않으리란 예측을 깨고 부도처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이후 한국IPC의 부도설이 팽배한 만큼 살얼음을 걷는 것처럼 거래를 해왔다』며 『소문마저 돌지 않았다면 믿고 거래한 업체들의 피해액은 더 커질수 있었다』며 그나마 한숨.

<>...최근 한국 IPC의 부도여파로 한국 IPC와 거래관계에 있던 업체들이 피해 최소화에 주력하는 모습. 지난달말 한국IPC와 제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수백억원대의 물품공급을 추진한 멀티그램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멀티그램 남기병사장을 배임혐의로 동부지청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져 이채.

관련업계에서는 이를두고 멀티그램이 자사 사장을 고소함으로써 부도에 따른 피해를 개인차원의 책임(?)을 물어 피해를 최소화하려 한다는 해석이 우세.

<>...한국 IPC의 부도가 최근 부도를 내고 쓰러진 한보철강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소문 나돌아. 용산 등 전자상가에서는 한국 IPC의 부도 총 금액 1천억원 가운데 한국IPC가 3백억원 가량을 한보철강의 어음으로 갖고 있다가 부도금액이 늘어났다는 소문이 돌아 진상파악에 나서기도.

<>...10억원대의 금액이 물려있는 D산업은 한국 IPC의 부도소식에 크게 놀라지 않아 타 업체로부터 시기(?)를 받기도. D산업 관계자는 『지난해 중순부터 한국 IPC의 자금사정이 좋지않아 덤핑물량이 대대적으로 출시되는가 하면 시중에 부도설이 나돌면서 당시 50억원대 거래금액을 점차 줄인 결과 10억원으로 최소화했다』는 것.

<>...두원전자는 한국IPC의 2백억원대 어음을 배서한 것으로 알려진 멀티그램이 자사 계열사가 아닌 1억원정도의 출자사에 불과하다고 밝히는등 한국 IPC의 부도에 따른 여파를 진화하고 나서 눈길.

<>...최근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용산 조립 PC업계에선 한국IPC 부도로 다시 한번 휘청. 한국IPC 부도가 확정되자 그동안 한국IPC제품을 가지고 있는 상당수의 업체들은 정상가격의 30%에도 미치지 않는 헐값으로 딜러를 통해 처분하기에 바쁜 모습. 이로 인해 판매부진의 몸살을 겪어오던 PC업계는 IPC 덤핑제품과의 전쟁을 치러야할 판.

업계에선 한국IPC 제품을 헐값에 사들여 분해한 후 각각의 주변기기를 따로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이익이라는 소문까지도 나돌기도.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IPC의 부도가 최종 확정되면서 위기 의식을 느낀 대부분의 업자들이 과거 덤핑 가격보다 싼 가격에 IPC 제품을 내다팔고 있어 정확한 유통가격을 판정하기도 어려운 실정.

<>...한국IPC를 통해 부품 및 주변기기들이 덤핑판매되면서 시장질서가 혼탁. 한국IPC는 외형매출을 늘리기 위한 편법으로 시중에서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등을 사들인 후 관련대리점을 통해 어음을 받고 납품했고 대리점들은 어음결재일이 임박하자 이를 덤핑가격으로 시중에 판매해왔던 것. 지난주에만 삼성전자 16MB메모리 1만개와 8MB메모리 4만개가 이런 방식으로 시중에 유입되는 등 메모리 외에도 각종 PC 부품과 주변기기들이 부도 이후에도 시중에 계속적으로 흘러들고 있어 부도의 간접적인 여파도 적지않을 듯.

<>...이번 부도사태로 인한 채권단 구성은 30일 금액이 큰 대기업 위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대기업들이 이번 부도사태로 발목을 잡힌 가운데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 피해액을 축소 또는 은폐하는 경향이 농후. 한보사태 이후 대기업의 「부도 노이로제」가 용산전자상가에 신종병(?)으로 대두.

<이경우.신영복.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