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24㎜ 필름을 사용하는 「APS(Advanced Photo System)」이 이달 초부터 국내 카메라시장에도 본격적으로 등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APS는 미국의 이스트만 코닥과 일본의 후지필름, 캐논, 니콘, 미놀타 등 전세계 카메라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업체들이 공동으로 개발, 지난해 상반기부터 일본시장을 필두로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사진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기존 35㎜필름과 마찬가지로 은염필름을 사용하고 있으나 기존 카메라시스템과 호환이 되지않아 APS카메라와 전용필름은 물론 별도의 현상, 인화장비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는데 산업적 의미가 있다.
이 시스템의 장점은 롤필름을 감아서 장전하는 기존 카메라와 달리 24㎜필름이 든 필름카트리지를 통채로 삽입하며 마그네틱 코팅이 된 필름 양단에 조도, 셔터속도 등 각종 촬영순간의 정보를 저장, 기록할 수 있어 사용자로 하여금 보다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또 필름을 TV나 PC모니터로 볼 수 있는 포토플레이어나 스캐너와 연결해서 다양한 부가기능을 연출할 수 있는 것도 이 제품의 매력이다.
그러나 APS의 장래에 대해선 카메라업계 내부에서도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APS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는 우선 35㎜ 콤팩트카메라에 비해 가격대 성능비가 우수하다는 것이다.
APS카메라는 4만∼5만원대의 일회용에서부터 줌기능이 채용된 60만원대까지 다양한 기종이 등장할 전망인데 기존 제품수준의 화질에 파노라마, 와이드, 클래식 등 다양한 형태로 사진을 얻을 수있고 카트리지필름의 장착, 보관이 편리한 점 등 새로운 장점이 많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APS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쪽에서는 기존 카메라시스템과 호환성이 없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APS용 필름을 현상, 인화할 수 있는 전용장비가 보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APS전용 현상및 인화장비를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은 대략 6천만∼9천만원 선이며 비용을 절감하기위해 기존의 35㎜시스템을 APS용으로 개량하는 데도 1천5백만원 가량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용은 APS카메라나 필름을 생산하는 업체의 직영현상소가 아닌 중소규모의 현상소에서는 성공에 대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없다. 일본의 경우 후지필름, 일본코닥 등이 자사의 대리점과 미니랩(소규모 자동현상소)을 대상으로 APS전용 인화장비보급에 나서고 있으나 작년말로 일본전역에 겨우 1천대 정도가 설치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의 경우는 최근 한국후지필름, 한국코닥 등이 APS전용현상소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카메라 및 사진 업계가 전반적으로 정체되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단시간내 APS현상소가 확산되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APS시장 활성화에 또 한가지 장애물은 디지털 카메라이다.
국내외 카메라업계 관계자들은 당초 APS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로 넘어가는 과도기 상품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으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디지털 카메라 붐이 예상보다 빨리 일어 APS카메라의 설 자리를 어정쩡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4년 일본에서 개막된 디지털 카메라시장은 95년 일본 카시오가 6만엔대(한화 48만원) 보급형 디지털카메라 「QV-10」을 발표한 이후 디지털 카메라 붐이 조성되고 있고 국내시장도 작년을 기점으로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실정은 특히 디지털 카메라와 APS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자 하는 아남정공, 삼성항공, 한국코닥 등 국내 카메라업체들로 하여금 두 제품의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들 업체의 관계자들은 디지털 카메라는 PC주변기기의 성격이 강해 APS카메라와는 상충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지만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