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효율적인 정보화 투자

인류 역사상 어느 사회에서도 정보란 늘상 불충분한 것이었다. 과거 농업사회는 물론 산업사회에서도 정보가 부족했다. 그런데 근년 이른바 정보사회로 전이되면서 사정은 다소 달라지게 됐다. 대량의 정보를 수집, 정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길을 알 수 있게 됐고, 보다 값싸고 풍부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이용해 생산성을 제고하고 삶의 질을 고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보를 축적해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는 나라마다 격차가 있다. 현재 정보화 최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이 정보를 모은 뒤 활용하는 양상은 예컨대 우리보다 낫다. 이러한 정보화수준의 차이 때문에 우리의 생산성은 미국의 그것보다 못하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성면에서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정보사회로 성숙해 가야 할 것이다.

산업구조 측면에서 국민경제 중 정보통신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게 되리라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도 대부분 정보산업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주요 재벌기업이 업종을 다각화하려 할 때 정보통신산업은 빠뜨리지 않는다. 정보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보화 투자열기는 대단하다.

그러나 이러한 투자열기와 재원투입의 의지가 종국적으로 효과적이라고 판정되는 정보화투자로 정착되게끔 유도하고 보장하는 장치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정보통신산업으로 다각화하려는 재벌들은 예컨대 이 산업의 어떤 사업에 투자해야 할지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한 듯 보인다.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정보화를 향한 노력이 서로 조화되면서 상승작용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확언하기 어렵다. 그보다는 중복 투자도 많고 시장수요와 유리된 불합리한 투자도 많다.

과거의 정보화 투자는 정보통신 서비스의 공급과 직, 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공급자중심의 투자였다. PC를 생산하려는 사람의 투자, 교환시설과 부속장비를 공급하려는 회사의 투자, 통신서비스를 팔려는 업체의 투자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투자와 관련해서는 투자를 한 다음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팔릴지에 대해서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았다. 근본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판매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수요가 없는 공급이나 시장의 구체적 수요에 비해 시기적으로 앞선 공급은 어려움을 맞게 될 것이다.

앞으로 시현될 정보화투자의 규모는 막대할 것이다. 이 중에는 당시까지 확실하게 알려져 있지 않은 기술을 활용하는 것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한정돼 있는 재원을 가지고 불확실성의 여건하에서 막대한 규모의 정보화 투자를 해야 하므로 정보화 투자의 우선순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이렇게 이루어지는 투자는 후속투자를 불러일으켜야 바람직스럽다. 정보화투자는 높은 승수효과를 가지는 것이어야 한다.

이 지구상의 어느 정부도 이러한 요망을 모두 채워주고 있지는 못하다. 그래서 민간의 사려 깊은 위험부담 행위와 창의적 노력이 절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민간의 판단을 도울 수 있는 참고자료나 시그널은 범사회적으로 준비해야 옳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정보화추진계획 및 정보화촉진시행계획을 가지고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려 하고 있다. 단 이러한 계획은 아직 상세한 내용을 가진 연차계획으로 되어 있지는 않아 개괄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참고자료원을 보다 충실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각계 전문가들의 중지가 필요한 것이다. 이것을 수단으로 하여 정부의 정책의지, 연차적으로 필요로 하는 내용물(Contens) 및 DB, 이들 중 우리가 이미 확보해 놓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필요한 소프트웨어 및 운영시스템, 그리고 그런 것을 뒷받침할 물리적 통신망이 상세하게 정리돼야 하겠다. 이를 토대로 각종 정보화지향의 노력을 승화시킬 수 있어야 하겠다.

<통신개발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