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애니메이션 제작 러시

국산 애니메이션제작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최근 「전사라이안」 「망치」 「오돌또기」 「난중일기」 등 극장용 만화영화 4편이 동시에 제작에 돌입했으며 TV 만화시리즈물이 잇따라 제작되는 등 국산 애니메이션 붐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애니메이션 붐은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비디오시리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영국 아드만사의 「웰레스와 그로밋」이 개봉되는 등 일반인들의 애니메이션 선호도가 월트디즈니 일변도에서 점차 다양화하고 있는 추세인 데다 지난해 국산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의 흥행 성공으로 국내 영화제작사들이 앞다퉈 애니매이션 제작에 뛰어든 결과로 분석된다.

극장용 장편 가운데 가장 먼저 개봉될 작품은 올 여름 성수기를 겨냥한 「전사 라이안」. 이 작품은 「쌍용정보통신」을 중심으로 문구업체 「모닝글로리」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중소프로덕션 「씨네드림」이 제작 실무를 맡은 SF 애니메이션으로 신비의 돌 마젠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우주전쟁을 그리고 있다. 쌍용측은 올 상반기 중에 애니메이션 작업을 마치고 여름방학 전에 후반 작업까지 끝낼 계획이다.

겨울방학 시즌을 노리고 있는 「망치」는 제일제당계열 「제이콤」이 제작하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1호작이다. 허영만의 동명 출판만화를 원작으로 촛불 마을에 숨겨진 금괴를 훔쳐가려는 해적 징그레무스칸 일당에 맞서 용감하게 싸우는 소년 「망치」의 활약을 담아낼 SF 액션 만화영화로 현재 캐릭터 및 콘티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 작품은 TV시리즈 「달려라 하니」로 알려진 박시옥씨가 총감독을 맡고 월트디즈니, 마블프로덕션 등 해외 유명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터로 활동했던 재미교포 피터 정과 일본에서 「X맨」 「우주전함 야마토」 등 SF 만화영화에 참여했던 오종환씨 등이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시사만화가 박재동씨와 30대 신예 프로듀서 오성윤씨가 손잡고 만드는 「오돌또기」는 4, 3항쟁이 일어난 제주도를 무대로 섬마을 아이들의 눈을 통해 들여다본 역사의 비극을 영상화한 이색 애니메이션이다. 오돌또기 제작위원회는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충분히 가진 뒤 오는 3월부터 제주도 현지에 작업본부를 마련,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할 계획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성웅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담은 「난중일기」는 현재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다. 이 작품을 기획한 중소제작사 「한길프로덕션」은 현재 협력사 확보 및 비디오판권 선매를 위해 대우시네마 등 영상관련 대기업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제작도 최근 극장용 장편 못지 않게 활기를 띠고 있다. 오는 5월 애니메이션 작업완료를 앞두고 제작이 한창인 「영혼기병 라젠카」는 환경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16부작 SF 애니메이션이다. 핵전쟁으로 환경이 파괴된 22세기의 지구를 무대로 벌어지는 우주전쟁이 주내용인 이 작품은 케이블TV 만화채널 「투니버스」를 중심으로 완구업체 「서울화학」을 비롯해 「한국기술금융」 「코코 앤터프라이즈」 등 4개사가 컨소시엄을 구성, 총제작비 20억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작이다.

그밖에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용으로 금강기획과 KBS 영상사업단의 26부작 애니메이션 「해모수」, 삼성영상사업단의 SF 시리즈물 「바이오캅 윙고」, MBC와 게이브미디어의 성교육물 「귀여운 쪼꼬미」, 로봇을 주인공으로 한 제이콤의 「천지수뢰」를 비롯해 6∼7편의 국산 작품이 제작 중에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블루시걸」 「아마게돈」을 시작으로 「헝그리베스트5」 「홍길동95」로 이어지면서 한때 분위기가 고조됐다가 흥행 부진으로 주춤했던 애니메이션 붐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완전히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지난해 「데들리 타이드」와 「제네시스」 등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내세웠던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중도하차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특히 극장용 장편의 경우 비디오판권 판매 및 컨소시엄업체 구성을 통한 제작비 조달, 원 소스멀티유즈 방식의 철저한 사전기획, 독창적인 캐릭터 개발 등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선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