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산업자동화의 첨병 로봇

산업 현장에 로봇이 몰려오고 있다.

과거 공상과학 영화나 소설에서 봤던 이들 로봇은 사람의 팔과 다리 역할은 물론 아직 초보단계이긴 하지만 인공지능까지 갖추고 조립, 용접, 도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과거 사람이 하던 역할을 급속히 대체해 나가고 있다.

특히 이들 로봇은 작업환경이 아무리 열악하고 작업시간이 길어도 불평 한 마디 안하고 충직하게 자기 할 일을 하기 때문에 오는 2000년대에는 로봇이 산업현장의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용 로봇(Industrial Robot)은 공장자동화(FA)의 꽃으로 불린다. 공작기계와 더불어 공장자동화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산업용 로봇은 최근 산업 전반에 걸쳐 자동화가 급진전함에 따라 유연생산시스템(FMS)이나 컴퓨터 통합생산(CIM) 등의 적용이 늘어나면서 이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로봇의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로봇의 적용분야가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제조업에서 점차 타분야로 확대되면서 원자력, 우주산업, 해양산업과 같은 인간이 하기 힘든 극한 작업에 두루 이용되고 있고 인공지능을 이용한 지능형 로봇의 개발로 가정용 로봇까지 속속 등장하고 있는 추세다.

로봇은 동작형태 및 용도에 따라 다양하며 나라마다 그 기준도 다르다. 원래 로봇의 어원은 체코의 희곡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발표한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이란 작품에서 유래했다. 로봇이란 「강제노역」을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가 영어로 변한 말로 이 작품에서 로봇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사람보다 2배 이상 일할 수 있는 기계」로 묘사됐다.

그러나 로봇은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50년대를 전후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로봇을 「자동으로 제어되며 재프로그램이 가능하고 여러 자유도를 가지고 있어 다목적에 이용되는 조작기계」로 정의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은 동작 형태에 따라 원통좌표형, 직각좌표형, 수평다관절, 수직다관절 로봇 등으로 구분되며, 용도별로는 조립용, 용접용, 핸들링용, 도장용 로봇 등으로 구분된다.

국내에 산업용 로봇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로 거슬러 간다. 당시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생산라인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용접, 조립 등 일부 특수분야에 외국으로부터 수입한 로봇을 적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70년대 말 착탈용 고정 시퀀스 로봇을 당시 금성통신이 개발했고 80년대 초에는 한국과학기술원이 원통좌표형 로봇을, 대우중공업이 로딩/언로딩 플레이백 로봇을, 또 삼성항공이 TV벌브 운반용 로봇을 개발하는 등 로봇에 관한 기반기술을 가지고 있는 상태였다.

당시만 해도 자체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로봇을 생산할 만큼 수요가 크지 않았고 그만큼 전망도 불투명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로봇산업은 초보단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러나 산업용 로봇 수요가 크게 늘기 시작한 84년 대우중공업이 아크용접용 로봇 「NOVA-10」을 개발하고 삼성항공이 조립용 수평다관절 로봇인 「와이즈맨」을 개발하면서 국내에서도 산업용 로봇의 개발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80년대 후반에 접어들어 한국과학기술원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수평다관절 로봇 컨트롤러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업체별로 다양한 용도의 로봇 개발이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로봇을 구성하는 부분 중 몸체인 기구부는 80~90%가 국산화했으며 컨트롤러에 해당하는 제어부도 60~80%까지 국산화했다. 그러나 설계기술과 응용기술은 일본에 비해 50% 미만 수준에 머물고 있어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도 초창기 금성통신, 금성기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등에서 점차 확대되어 현재는 LG산전, 기아중공업, 두산기계,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10여개 대기업이 시장에 가세했으며 특정 용도로 사용하는 로봇을 생산하는 전문업체와 중소기업을 포함할 경우 1백여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산업용 로봇을 생산하는 업체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92년 1천억원대이던 시장규모가 지난해 1천5백억원대에 이어 올해는 2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등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이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은 경기하락 국면 속에서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 2000년대 최대 유망업종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에 따르면 대우중공업, 현대중공업, 기아중공업, LG산전, 삼성항공, 두산기계, 삼성전자 등 7대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들의 지난 96년 11월까지 생산액은 총 1천3백70억3천만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9%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출하액은 오히려 12.1% 줄어든 1천1백64억9천4백만원으로 집계됐다.

12월 생산분까지 합산하더라도 지난해 총생산액은 1천4백5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전년과 거의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전반적으로 산업 경기가 악화,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유보하거나 계획 자체를 백지화하는 경우가 많아 자동화 관련 업계가 대부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중 형태별 산업용 로봇 생산 및 출하동향을 보면 수평다관절 로봇은 생산 91억1천3백만원(41.0%), 출하 90억4천7백만원(25.3%)이었고 수직다관절 로봇은 생산 1천1백18억1천6백만원(11.3%), 출하 9백12억9천7백만원(6.0%)이며 기타 로봇은 생산 55억4천만원(36.1%), 출하 52억4천8백만원(29.2%)으로 집계됐다.

반면 직교좌표형 로봇은 생산 1백5억6천1백만원(52.3%), 출하 1백9억2백만원(54.7%)으로 시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 대부분의 국내 로봇 업체들은 많은 적자를 보고 있다. 이는 로봇산업이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연구개발, 생산, 판매 등에 상당한 초기 투자와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시장이 작아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고 특히 대기업의 블록화로 인해 그룹사간 상호판매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대기업의 블록화는 갈수록 더욱 심화돼 대개의 대기업들이 총판매액의 과반수를 계열사 판매에 의존하고 있어 전문업체와 중소기업들은 더욱 설 땅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곧 로봇의 핵심부품인 서보모터, 정밀감속기 등의 자체 개발은 소홀히 한 채 외산 도입이나 단기이익 추구에 주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 국내 산업용 로봇산업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국내 대형 그룹사간 로봇시장이 분할점유된 상황에서 업체의 한정된 생산대수로는 가격 및 품질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것은 물론 연구개발(R&D)에 투입하는 금액이 극히 적을 수밖에 없어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영원히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없게 돼 있다.

이에 비해 다국적 기업인 ABB의 경우 총매출액의 8%를 의무적으로 R&D에 투입하게 돼 있어 95년의 경우 로봇 부문에만 총 1억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우리나라 로봇업체의 전체 연구개발비를 웃도는 수치다.

이외에도 산업용 로봇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로봇 업체간 부품조달 및 제품개발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 국내 로봇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산, 학, 연, 관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로봇협회 등 전문 단체 설립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또한 로봇의 경제적, 효율적 응용을 위해 전문 로봇 시스템 엔지니어링 회사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즉 그룹내 단기이익 추구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품 개발을 체계화해 시스템 적용기술을 전문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설비운영 효율화를 위한 컴퓨터 통합생산 시스템 도입 증대에 따라 로봇 운용체계 및 타 장비와의 통신체계에 대한 표준화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또 외부 기기와의 접속능력을 갖춘 개방구조형 로봇 제어기와 PC의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체계를 표준사양으로 하는 로봇제어기의 필요성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이밖에 로봇산업에 대한 정부의 정책 부재도 시급히 고쳐 나가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가격 또한 더욱 낮아지고 로봇 수요자 측에서의 로봇 응용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크게 활성화돼야 제조업뿐 아니라 보건의료, 농수산업, 건설, 토목, 청소, 경비, 서비스 등 일상생활용 로봇까지 확대 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