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체질 강화가 더 급하다

기업들이 불황극복을 위해 인원감축, 비용절감 등 긴축경영에 적극 나서고 있어 조직 전반에 무거운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해부터 전자업계에 드리워진 불황의 그림자가 걷히지 않으면서 여기 저기서 무리수로 보이는 강수가 두어지고 이를 힐난하는 목소리가 불협화음을 이루고 있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그룹사들을 비롯한 전자산업 선두기업들이 긴축정책을 표방하고 분위기를 조여나가는 것에 대해 업계 실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실제로 어렵다기보다는 불황의 기미를 분위기 쇄신 또는 경영자의 뜻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빌미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 같다. 그러나 메가톤급 파문을 일으킨 반도체 불황을 시작으로 산업 전반에 어려움이 깊어지고 올해 들어서도 뚜렷한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자 기업들도 지난해 기획했던 긴축방안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거나 보다 강도높은 실천방안들을 짜내 서로간에 무거운 마음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대부분의 전자기업들이 비용절감 차원을 넘어서 경비삭감 성격의 허리띠 조이기를 하고 있고 관리부문은 물론 이제는 생산부문에까지 이같은 긴축의 여파가 몰아치고 있다고 한다. 상당수 업체들이 지난해 항공편 등의 등급을 한단계씩 낮추고 종업원들에 대한 선물이나 주차지원을 비롯한 각종 복지지원액을 대폭 줄인 데 이어 올들어서는 관리나 지원부문을 중심으로 한 인력감축을 실시하고 있다.

생각지도 않게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의 입장이야 말할 것도 없거니와 기업의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양성한 사원들을 재배치시키거나 내보낸다는 것이 큰 손실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이같은 인력감축과 비용삭감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산업계가 처해 있는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조업체들이 가능한 손대지 않으려고 하는 생산부문도 이번 만큼은 예외가 아니어서 불황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직 관리부문에 비해서는 나은 편이지만 과거와는 다른 비용절감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문이다. 특히 반도체업체들은 메모리경기가 계속 침체될 것에 대응해 공정이나 장비의 이상 유무를 진단하기 위해 사용하는 테스트 웨이퍼나 모니터용 웨이퍼의 구입을 크게 줄이고 소모품의 사용기간 연장 및 재사용을 적극 유도하고 있다. 일반 부품업체들도 각종 비용절감 아이디어를 짜내는 한편 공정을 외부로 이관하는 등의 군살빼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국내 전자업체들에게 있어 지금은 분명 좋지 않은 상황임에는 분명하며 특히 반도체 같은 일부 업종의 경우는 세계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는 불가항력적인 이같은 상황을 감원이나 마른 스폰지 쥐어짜기식의 비용절감에 의존해 넘기려 하는 것은 남들도 모두 우선 생각하는 쉬운 선택으로 한계가 눈에 보이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전체적인 위기상황은 다른 한편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불황의 속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부쩍 성장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지금은 감원이나 무조건적인 비용감축 보다는 기업의 처한 환경과 세계적인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이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로 기업체질을 강하게 바꾸어 가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의 상당수, 특히 전자업체들은 대부분이 모델로 삼았던 일본 업체들이 최근들어 과거와 비교하면 무력하게까지 비치는 부진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국면뿐 아니라 2000년대 불투명한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어떤 길이 있는지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