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 일본, 유럽 반도체업체들이 1기가 D램을 비롯한 차세대 메모리 공동개발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대한 국내업체들의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최근 도시바, IBM, 모토롤러, 지멘스가 1기가 D램의 양산제품 개발을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한데 이어 히다치, 미쓰비시, TI는 8억2천3백만달러를 공동투자해 99년까지 1기가D램을 개발키로 했다. 이에 앞서 일본 최대의 메모리업체인 NEC는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러지스와 1기가D램에 필요한 마이크로프로세싱 기술을 공동개발키로 하는 등 세계 각국의 유력 반도체업체들이 차세대 D램 공동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들어 이처럼 세계 유력업체들이 국경을 넘는 합종연횡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과도한 연구개발 투자부담을 줄이자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차세대 D램 개발을 위해서는 R&D용 웨이퍼일관가공라인(FAB) 구축비용을 포함해 만만치 않은 돈이 들어간다. 64MD램은 3천억원,2백56MD램은 5천억원,1기가D램은 약 1조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이와함께 D램에 관한한 선두인 한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 또한 적지 않다는게 업계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들 해외업체들이 공동개발을 할 경우 각사가 장점을 갖고 있는 특허를 공유하는게 상례다. 이는 개발기간의 단축은 물론 독자개발때보다 한층 경쟁력 있는 제품개발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산업연구원의 주대영 선임연구원은 『국내업체들이 유력 해외업체들의 제휴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오너쉽 형태가 강한 우리의 기업문화의 영향이 크다』고 전제하고 『아직까지 D램에 관한 한 개발 및 생산기술면에서 앞서고 있어 해외업체들의 공동전선이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을지 모르지만 해외업체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단순한 개발차원을 넘어 언제든지 공동 생산 또는 마케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한 반도체업체 전략기획실 임원도 『이제까지는 국내업체들간에도 기술도 다른데다 보이지 않는 경쟁심리때문에 공동개발을 비롯한 「프랜드」 전략이 한번도 성사된 적이 없었지만 앞으로 다가올 무한경쟁시대를 대비해 국내업체들도 마인드의 전환이 필요한 때인 것만은 분명하다』라고 지적했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