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내 가전시장 개방은 그간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가전업계에 새로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제는 국내 브랜드간의 경쟁을 넘어 외국의 유명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시대에 들어섬으로써 가전업계도 장기적인 시장대응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체제로 전환돼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가전산업이 자생할 수 있는 제품개발 및 상품운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선 고장없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기본에 충실한 제품의 개발은 가전업계 공존공생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산 가전제품은 대부분 1년 단위로 신모델을 선보이고 있는데 신상품의 특성이 대부분 부가기능을 추가하거나 디자인을 바꾸는 데 그치고 만다. 그러나 외산 유명 브랜드와 경쟁해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제품 자체가 우수하고 완벽한 품질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일차적인 기능을 간과한 채 디자인과 부가기능을 강조한다는 것은 병자를 온갖 화려한 치장으로 꾸며놓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애써 출시한 신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알려지기도 전에 또다른 신상품을 서로 견제하면서 다시 출시해야 하는 현재의 경쟁구도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는 문제점이 많다는 얘기다.
또한 무분별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 제조, 생산 시스템에 수반된 기술을 강화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요즘 가격파괴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지만 제조업체의 노력 없이 부품업체와 같은 하부 생산조직의 납품가격 인하 종용에 따른 가격인하는 그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지난 몇년간 국내 가전시장에서 실시한 가격인하가 과잉경쟁의 결과였으며 이는 가전3사보다는 부품협력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개방시대를 맞아 외산제품의 대량 유입시 외국 브랜드는 시장잠식을 위해 대폭적인 가격인하 정책과 대대적인 홍보정책을 펼치리라 예상된다. 그럴 경우 가전3사가 역시 대응가격을 조성해야 한다면 이럴 때마다 중소기업인 부품협력업체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들의 부담을 줄이기기 위해서 가전3사는 획기적인 제조 시스템 구축과 생산성 향상을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가전업계는 이러한 시스템 개발에 많은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동안 국가가 주도한 공산품 가격인상 억제방침에 적극 동참하면서 과열경쟁에 휩싸여 여기에 투자할 유보금액이 미미한 상태이다. 그런 데도 본격적인 외산제품의 시장공략 전략에 대비하기 위해선 충분한 준비와 투자가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을 해야 할 시기에 각사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가격인하 정책 등은 오히려 향후 외산제품 유입에 대응하기 위한 기회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결과를 빚어낼 것이다. 또 외압에 의한 가격파괴가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데 수반되는 제조, 생산 시스템 기술발전을 통한 결과를 소비자들에게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가격인하의 본질을 찾아야만 한다.
개방시대를 맞은 가전업계의 경쟁구도는 장기적인 시장대응을 위한 새로운 경쟁형태로 전환돼야 한다.
<李敏雄 대우전자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