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3백80MHz대역 자가 주파수공용통신(TRS) 장비 시장을 둘러산 공급업체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가 올해부터 주파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존 아날로그방식보다 3배가량 용량이 높은 디지털방식으로 자가 TRS망 도입을 적극 권장키로 결정함에 따라 장비 시장의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커졌으나 정작 상용화된 국산 장비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이 대역의 자가TRS망 구축을 계획하고 있거나 추진하려는 곳은 내무부를 비롯해 소방본부, 철도청, 도로공사, 국방부 등 대부분 공공수요처이다.
이들 기관이나 단체들이 3백80MHz대역 자가망 구축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8백MHz대역의 자가 TRS 2백개 채널중 이미 1백95개 채널이 지난 해말 수도권지역에서 할당돼 남아있는 채널이 5개채널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5개 채널도 정부가 검찰청에 추가로 주파수를 할당할 예정돼 사실상 수도권지역의 8백MHz대역 주파수는 동이 난 셈이다.
반면 자가망으로 4백개 채널이 할당돼 있는 3백80MHz대역의 경우 자가망용으로 현재 1백80여개 채널이 할당돼 있고 나머지 2백20여개 채널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태다.
게다가 당초 이 대역에 4백개 채널이 할당될 것으로 예상됐던 서울TRS, 세방텔레콤 등 지역TRS사업자들이 8백MHz대역 지오텍사의 주파수호핑다중접속(FHMA)장비로 올 하반기부터 상용서비스에 나설 예정이어서 주파수는 여유가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LG정보통신, 태일정밀, 국제전자 등 국내 TRS장비 공급업체들이 올해부터 떠오르는 자가TRS시장을 겨냥해 마케팅 활동을 대폭 강화하는 등 장비 공급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돼 왔다.
하지만 문제는 장비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공급권을 획득해도 설치할 장비가 없어 업체들마다 해결책 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더욱 국내 기술로는 단기간에 디지털장비를 개발하기가 사실상 불가하기 때문에 전적으로 외국 장비를 공급헤야하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체들마다 각기 다른 대처방안을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경쟁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비공급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 신규시장을 잔뜩 기대하고 있는 반면 기술개발이 뒤진 업체나 디지털 기술 개발에 손대지 않고 있는 업체는 「닭쫓던 개 지붕쳐다보기」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술제휴사인 에릭슨, 모토롤러사가 현재 유럽형 디지털 TRS표준규격인 테트라(TETRA)의 개발을 한창 진행중이다. 이를 국내 실정에 맞게 개조할 경우 이르면 올 하반기중 국내에도 장비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따라서 이들은 신규시장에 거는 기대가 큰 편이다.
반면 국제전자와 태일정밀은 기술제휴사인 뉴질랜드의 타이트, 일본의 JRC사가 테트라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으나 개발시기가 이들 업체들에 비해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 시장에서 상당부분 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정보통신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 해 3백80MHz대역의 아날로그 장비인 스타랙스-TRS장비를 개발 공급하고 있으나 디지털 장비개발은 손을 못대고 있는 실정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을 더 이상 계속할 수 없는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