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低엔트로피 사회

「엔트로피」의 저자인 제레미 레프킨은 에너지의 사용량에 비례하여 정치, 경제, 사회의 조정비용이 증가한다고 오래 전에 밝힌 바 있다. 사회현상에 물리학을 적용한 그는 한때 백악관의 특별보좌관을 맡기도 했다.

레프킨은 그의 저서 「엔트로피」를 통해 에너지의 사용량이 증가할수록 사회는 질서에서 무질서와 혼란으로 변화해 그만큼의 조정비용이 증가한다고 설명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기름을 쓰는 자동차가 적을 때는 교통신호도 경찰도 필요 없으나 그 수가 증가할수록 교통신호체계가 필요하게 되고 도로 및 교량건설을 비롯해 경찰인력의 확충과 법과 질서의 제정이 필요하게 된다. 이와 함께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는 연간 사망자수가 베트남전쟁에서 사망한 숫자보다 많을 정도로 늘어난다.

레프킨은 사회발전으로 인한 엔트로피의 증가가 피할 수 없은 현실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의 증가를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은 엔트로피를 사회현상에 지나치게 단순화시켜 적용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레프킨의 문명비판적 시각은 상당한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라고는 저열량의 무연탄과 수력 밖에 없는 현실로 인해 소비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에너지 사용증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증가율이 연평균 GNP 증가율 7% 수준을 웃도는 10%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지난 73년과 74년 오일쇼크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경험한 바 있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에너지 안보」를 국가 정책목표의 최우선에 두지 않고 있어 제3의 오일쇼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제대로 비축하지 못하고 있다.

언제 우리 곁에 다가올지 모르는 제3의 오일쇼크는 페르시아만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내부에서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 에너지 절약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에너지절약이 아니라 에너지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에너지 사용효율 증진과 에너지 저소비사회로 이행하기 위한 근원적 해법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에너지절약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해온 수요관리정책은 공급자 위주의 에너지 정책이다. 에너지 공급사의 수급조정을 위해서 소비자 우선이 아니라 소비자는 조정이 가능한 대상으로 보아온 것이다. 「수요관리」라는 용어자체가 공급자 측면의 용어인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같은 정책에서 탈피해 지금까지 정책결정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던 에너지안보를 국가정책 결정의 높은 척도로 끌어올려야 한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효율증진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저소비사회의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低엔트로피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柳在烈 통상산업부 서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