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어컨, 냉장고를 대상으로 에너지비용 표시제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가전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에너지비용 표시제는 전력소모가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이들 제품을 사용하는 일정기간의 전기요금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줘 소비자들로 하여금 부담이 적은 제품을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가전업체들이 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을 개발하도록 자극한다는 취지이다.
이러한 구상은 국무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에너지 절약추진위원회」에서 에너지 절약시책의 일환으로 제안되었다는 것이 통산부와 에너지관리공단측의 설명이다.
또 통산부와 에너지관리공단은 현재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소비효율」이나 「燃比」 등과 같은 기술적인 개념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소비자단체들로부터 제기되고 있고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에너지절약과 환경보호를 위해 가전제품에 에너지비용 표시제를 확대하고 있는 추세도 에너지비용 표시제를 도입하려는 배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전업계 역시 소비자에게 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구입할 수있는 판단근거를 더욱 쉽게 인지할 수있게해 국가 전체적인 에너지비용을 절감한다는 명분과 취지에는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큰 부담으로 받아들이고있다.
냉장고, 에어컨 등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5등급으로 구분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제가 정부의 의도대로 가전업체들간의 고등급 획득경쟁을 촉발시켜 에어컨, 냉장고의 경우 1.2등급 제품이 전체 판매량의 90%를 웃돌 정도로 성과를 거두었고 96년부터(에어컨은 96년 9월) 다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기준을 상향 조정했는데도 또다시 에너지비용 표시제를 도입하고자 하는것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내수포화, 시장개방 등으로 가전사업이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특소세 면제등 가전업계에 대한 배려가 전혀없이 막대한 비용투입이 불가피한 에너지절약형 제품개발 경쟁을 종용하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처사라는 주장이다.
또 에너지관리공단이 제시한 초안에 에너지비용 산출기한을 제품구입 후 10년 동안으로 설정한 것에 대해 일부 가전업체는 여름철마다 전력수급에 진땀을 빼고 있는 정부가 에어컨보급을 최대한 지연시켜보자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전업계는 현재 전기요금 산출방식이 누진제인데다 전기요금 역시 변동될 수밖에 없어 현실적으로 장기적인 에너지비용을 미리 산출하는 데 무리가 따르는데도 에너지비용 산출기간을 가급적 길게 잡아 에어컨 판매급증으로 인해 여름철 전력예비율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완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시행방법에 대해서는 정부측과 가전업계가 추가로 검토할 시간이 남아있지만 그동안 누적돼온 가전업계의 피해의식으로 인해 에너지비용 표시제도입이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적인 에너지 비용절감을 호소하는 정부의 입장과 실리를 추구하는 가전업계의 입장이 어느 정도의 선에서 절충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