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柱錫 (주)미디어밸리 이사
21세기에는 정보와 지식에 바탕을 둔 고도의 정보사회가 펼쳐진다. 정보화가 앞선 나라만이 세계경제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은 국가정보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보화 산업단지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산업화에 뒤져 유럽의 식민지 지배를 받아야 했던 아시아의 국가들은 정보화에서만큼은 예전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지난 70년대부터 하이테크산업 및 고부가가치산업의 발전을 위해 과학단지의 조성을 준비해 왔다. 싱가포르는 과학단지의 조성목적을 하이테크산업의 발전과 우수한 과학기술인력의 양성을 촉진하고 제조업 및 정보기술의 연구개발 및 혁신을 촉진하는 데 두고 있다. 과학단지를 통해 싱가포르는 주변 아시아 국가들의 과학기술발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노리고 있다.
대만 역시 지난 80년대 수도 타이베이에서 가까운 신죽시에 과학공업단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모방한 이 곳은 중앙에 고속도로를 놓고 단지 내에 연구개발형 기업, 벤처기업, 대학, 연구기관을 집중시켜 이들간의 지식과 정보의 교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망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말레이시아도 21세기에 대비, 정부 차원에서 콸라룸푸르시티센터, 신수도 푸트라자야와 신공항을 둘러싸고 있는 15∼40㎞지역에 멀티미디어단지를 조성하는 대역사를 시작했다. 수상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해외기업의 유치활동에 나설 정도로 멀티미디어단지 조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단지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멀티미디어단지가 세계적인 물적, 정보적 인프라를 구축, 멀티미디어 교육과 연구, 첨단 응용기술 개발센터가 되도록 「MSC(Multimedia Super Corridor) 특별법」을 제정,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단지 내의 회사들이 고용과 소유와 관련,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지위를 보장해 주는 등 파격적인 안들을 제의하고 있다. MSC에 참여하는 외국기업에 대해선 애플리케이션에 따라 5∼10년의 법인세를 면제해 주기로 했다.
일본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의 중요성을 인식, 지역별로 테크노폴리스를 건설하기로 하고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실리콘랜드라 불리는 규슈지역을 중심으로 구마모토 테크노폴리스의 조성이 추진되고 있다.구마모토 테크노폴리스재단에서 주관, 기술개발사업 및 정보제공, 인재육성사업 등을 벌이고 있는데 일본내에서도 성공한 사례로 평가될 정도다.
21세기를 향해 우리의 경쟁국들이 뛰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가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정보화, 산업화단지의 대표적인 예로 대덕연구단지를 들 수 있다. 이곳은 국책기관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는 연구단지로서의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을 뿐 지역경제와 연결될 수 있는 R&D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 차원에서 정보산업의 육성을 위한 멀티미디어단지의 조성을 발표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발표도 모두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의 경쟁을 몰고온 미디어밸리의 조성은 정부의 지원없이 민간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제까지 각국의 정보화 산업단지 조성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생산기능과 연구기능이 동시에 갖춰짐으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따라서 걸음마를 하기 시작한 미디어밸리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선 연구, 생산인력 양성이 모두 한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개발거점의 확보와 이를 네트워크로 연결, 산학연의 협동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도 미디어밸리의 조성에 필요한 제도 및 재원조달문제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유기적인 협조체제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