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주변기기 역수입 크게 줄었다

그동안 외국으로부터 역수입되어 대량으로 판매되던 컴퓨터 주변기기가 용산전자상가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중반기 이후 미국, 동남아시아 국가로부터 월 1만대 이상씩 대량으로 역수입되던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CD롬 드라이브 등이 최근 제조업체의 역수입 방지노력에 힘입어 최근에는 그 규모가 제품별로 월 1천대이하로 크게 줄어들거나 아예 수입이 되지 않고 있다.

지난 해 중반기 이후로 월 1만대 이상씩 역수입되던 삼성전자의 HDD의 경우 최근엔 당시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 1천대 이하로 크게 줄었으며 역수입 제품을 찾는 고객조차 거의 없어 수입상들은 재고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2년간 무상AS를 받을 수 있는 국내 정상유통 제품과는 달리 지난 해 9월15일 이후 수출분에 대해선 『본 제품은 한국외 지역 판매용이므로 한국내에서는 유상AS 처리한다』는 문구를 삽입해 구매욕구를 차단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1.6GB 정상유통 제품의 가격이 18만원이던 지난 달에 역수입 제품은 12만원대까지 하락했으며 가격인하 이후에도 판매가 되질 않자 일부 수입상들은 20개 들이 한 상자를 구입하면 2개를 더 끼워주는 편법판매를 구사하고 있지만 판매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지난 해 10월 미국으로부터 2천개를 역수입한 A사와 3천개를 들여왔던 S사는 이들 제품 판매가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이자 지난 해 11월 중견 PC제조업체인 H사와 한국IPC에 상당히 싼 가격으로 공급키도 했으나 최근 컴퓨터업체들의 연쇄부도로 이들 업체를 통한 판매도 완전히 끊긴 상태다.

지난 해 4월과 5월, 8월에 1만대씩 수입되던 LG전자의 8배속 CD롬 드라이브 역시 최근엔 거의 역수입되지 않고 있다.

얼마전부터 해외시장에서의 CD롬 드라이브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가격적인 측면에서도 역수입 제품과 정상유통제품과 별차이가 없어 수입상들의 역수입 선호제품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또한 LG전자는 역수입 제품에 대해 정상유통 제품과 똑같이 2년 무상 AS를 적용하고 있지만 몇 개월전부터 관세청과 연계해 시행중인 「상표권보호신청」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LG전자가 등록한 상표권과 동일한 제품을 국내 수입상이 수입하려할 경우 관세청은 이를 LG전자측에 통보해 주고 LG전자는 수입상의 역수입 행위를 최소 2∼3주간 수입을 지연시키거나 제동을 걸 수 있는 제도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관계자들은 『역수입을 주도해 온 일부 업체들이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부도사태로 함께 도산했고 일부 역수입된 제품마저 판로가 막혔다』며 『이 여세를 몰아 역수입을 근절할 수 있는 확실한 추가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