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1조4천억 규모 전자세라믹스시장을 잡아라

이동통신기기시장의 폭발적 증가와 디지털, 멀티미디어화가 급진전되면서 전자세라믹스산업이 급신장하고 있다.

전자기기의 소형, 경량화와 무선통신기기의 보급증가에 따라 이에 적합한 부품개발이 적극적으로 추진되면서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앞다투어 전자세라믹스기술을 이용한 소재와 응용부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연간 1조4천억원으로 추정되는 전자세라믹스시장이 한층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전자세라믹스는 파인세라믹스(Fine Ceramics)의 일종으로 파인세라믹스라는 천연연료를 사용한 전통요업제품인 舊 세라믹스와는 달리 「무기물질의 특정 기능, 즉 절연, 내열, 유전(誘電), 반도성, 자성, 광학성, 내마모성을 나타내기 위해 정제원료를 사용, 그 목적에 맞도록 합성해 성형, 소성, 가공한 무기질 제품」으로 과거에 없던 새로운 특성을 나타내는 신세라믹스다.

전자세라믹스는 파인세라믹스시장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며 단순한 산화물이나 질화물부터 복잡한 화합물까지 여러가지 재료로 만들고 있으며 응용부분도 절연체나 기판부터 집적회로나 압전체 부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전자세라믹스는 원료의 배합이나 소결온도 등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는데 특성별로 △절연체세라믹스 △자성체세라믹스 △유전세라믹스 △압전세라믹스 △반도성세라믹스 등으로 나뉜다. <별표참조>

이 가운데에서 절연체세라믹스는 세라믹스의 기본적인 특징인 절연기능을 활용한 것으로 견고하고 열에 강한 세라믹스 공통적인 성질을 응용, 하이브리드IC 기판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알루미나(Al₂O₃)계 절연기판보다 훨씬 열전도성이 좋고 방열성, 절연성도 뛰어난 질화알루미늄(AlN)계, 탄화규소(SiC)계 세라믹스 등 고열전도성 세라믹스 기판이 각광을 받고 있다.

자성체세라믹스는 전기장이 없어도 자성을 띠는 하드 페라이트와 전기장이 있을 때에만 자성을 띄는 소프트 페라이트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드 페라이트의 경우는 현재 국내 업체로는 태평양금속, 쌍용양회, 동국합섬 등이 있는데 대부분 스피커용이나 자동차용 모터 등이 주시장이며 시장규모는 대략 7백2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소프트 페라이트는 연간 2천억원 정도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이 모니터용이나 TV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화전자, 이수세라믹, 송원페라이트 등이 연간 3만3천톤 가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TV용이 갈수록 부가가치가 떨어짐에 따라 모니터용 DY와 FBT 등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전환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소프트 페라이트의 소재 국산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범용 소프트 페라이트인 망간아연(Mn-Zn)계 페라이트의 기초 소재인 초미립 사산화삼망간(Mn₃O₄) 분체는 그동안 일본의 2개사와 벨기에, 남아공화국 등 3개국, 4개사만이 생산하는 탓에 국내에서는 전량 수입해왔으나 지난해 초 한창산업이 국산화해 연간 40억원 이상의 수입대체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유전체세라믹스의 대표적인 응용품으로는 현재 전자부품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다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들 수 있다. MLCC는 전자회로의 범용 수동부품으로 전자부품의 소형화, SMD화를 선도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전자기기의 경박단소화와 고밀도 실장기술의 개발에 발맞춰 관련시장 규모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MLCC의 재료인 티탄산바륨(BaTiO₃)과 티탄산스트론튬(SrTiO₃) 등은 삼성전기 등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일본 등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 외부에서 전달되는 많은 무선주파수 중 원하는 주파수대역의 신호만을 걸러 전달하는 유전체 필터와 송수신신호를 분리해주는 듀플렉서도 이동통신기기시장의 성장으로 새로이 각광받고 있는 유전체세라믹스 부품이다.

압전체세라믹스는 전자세라믹스 중에서도 가장 응용범위가 넓은 분야로 단순한 압전점화 유닛, 버저 등으로부터 세라믹발진자, 표면탄성파(SAW)필터, 압전모터, 압전 액추에이터, 센서에 이르기까지 응용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압전체시장에서 최대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압전필터는 지난 95년 5백28억원에서 2000년에는 1천1백58억원으로, 발진자는 95년 1백82억원에서 2000년에는 3백21억원으로 매년 10%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반도성세라믹스는 서미스터와 배리스터로 나눠지는데 서미스터는 온도상승에 따라 저항치가 감소하는 NTC와 반대로 온도상승에 따라 저항치가 증가하는 PTC가 있다. NTC는 주로 각종 온도센서, 전자회로의 온도보상, 서지흡수, 습도검출소자로 이용되고 PTC는 정온 발열용 소자 및 전자회로의 과전류용 소자로 그 응용이 확대되고 있다.

배리스터는 부가한 전압이 늘어나면 저항값이 크게 줄어드는 성질을 갖는 반도체소자로 탄화규소(SiC), 산화아연(ZnO)계 배리스터가 있는데 국내시장에서 수요의 절반은 소형 모터에 사용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주로 전자회로의 과전류 방지용으로 채용되고 있다.

국내의 PTC와 NTC 서미스터시장은 95년 현재 각각 1백50억원과 2백58억원으로 추산되며 2000년에는 각각 3백21억원과 5백20억원으로 연평균 약 15%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 생산업체로는 NTC분야는 동광센서, 영진전자, 도신정밀, 신호전자부품 등이 있고, PTC분야에서는 자화전자, 서형산업, 영진전자, 린나이코리아, 신호전자부품 등이 있다. 배리스터분야는 삼화콘덴서, 일진전기, 동일전자 등이 디스크형 중고압용 배리스터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기타 2, 3개 업체에서는 소자를 수입해 조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전자세라믹스 응용부품은 기기의 소형화에 의한 SMD율 향상과 이동통신기기 및 기기의 멀티미디어화, 디지털화의 진전으로 칩 부품 및 이동통신기기용 고주파 부품이 중심이 되어 전체시장을 이끌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세라믹스 부품은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나 선진 일본업체의 저가공세 및 시장점유율 유지전략으로 인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며 이에 대비한 기술개발 및 투자전략이 필요하다.

전자세라믹스산업은 빠른 기술혁신과 기술변화로 특징지울 수 있는 첨단 기술산업이다. 그리고 다양한 기능성 재료들이 이용되며 산업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발전방향도 완전히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몇가지 부품은 시장에서 성숙된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대부분의 부품들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에 있다.

국내 전자세라믹스산업은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기술부족, 관련 수요산업의 취약 등 제반 여건의 미성숙으로 산업화가 부진했다. 그러나 최근 전자세라믹스가 전자, 정보통신산업 등 첨단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기술로 부상됨에 따라 국내 대기업 및 중소 전자부품 제조업체들이 전자세라믹스부문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은 대부분 원료배합이나 소결 등에 대한 노하우가 상대적으로 일천해 세라믹스 전자부품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원료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화티탄, 티탄산칼슘, 티탄산스트론튬, 티탄산마그네슘(MgTiO₃) 등 유전체세라믹스 재료와 산화니켈(NiO), 산화코발트(Co₃O₄), 산화제2철(Fe₂O₃), 산화제2구리(CuO) 등 반도성세라믹스 재료 등이 전량 수입되고 있다.

또한 국산화 개발을 하더라도 우선 국내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데다 신뢰성 문제 등을 이유로 수요업체들이 채용을 기피하는 탓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원료개발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사용빈도가 높은 티탄산바륨의 경우도 지난해 삼중정밀화학이 국산화했으나 아직까지 국내 수요처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라믹스는 원료기술의 중요성이 큰만큼 「국산화제품 외면→국산화 투자기피→수입의존 심화」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부나 수요업체의 배려가 아쉽다고 지적한다.

<권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