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만드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명절이나 동창회 등에서 오랜만에 친척 어른이나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면 거의가 「어느 회사에 다니느냐」고 묻든 것이었다.
처음에는 이런 질문에 『공작기계의 핵심인 컴퓨터 수치제어(CNC)장치와 CAD/CAM 등을 개발하는 회사에 다닌다』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나 이 대답으로는 상대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없음을 곧바로 깨달았다.
그 후에는 같은 질문을 받으면 『첨단 산업분야를 국산화하는 벤처기업입니다』라고 회사를 소개하지만 「벤처기업」이라는 용어 역시 많이 회자되고는 있으나 벤처기업의 특성이나 구조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럴 땐 흔히 전문성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이룬 것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나 휴렛팩커드사를 예로 들어 설명하곤 한다.
최근 들어 벤처기업에 관련된 정부의 지원시책이 본격화하고 벤처기업의 구조 및 특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제 이런 고민은 해결이 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벤처기업은 1천여 개로 추산되고 있는데 2005년께에는 약 4만3천여개사로 늘어나고 총 매출액 규모도 1백72조원으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비전은 벤처기업들이 지니고 있는 몇 가지 특성으로 인해 긍정적인 결과를 예측케 한다.
첫째는 전문성 및 기술력에 의한 승부이다. 소프트웨어 및 정보통신 등분야에서는 기업의 규모가 아닌 전문성 및 기술력에 의해 기업활동의 성패가 좌우되고 있다.
둘째는 유연하고 빠른 대처능력이다. 시장환경과 사용자의 요구는 매우 빠르고 다양하게 전환되는데 이에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는 커다란 슬로우모션형 움직임보다는 빠르게 정곡을 찌르는 카운터블로우형의 공격이 주효하기 때문이다.
셋째는 틈새시장을 찾는 안목이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는 모든시장은 빈틈없이 가득 채워진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봤을 때 비로소 전개되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며 이를 통해 시장을 창출 및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는 업체간 기술적인 호환성이다. 첨단산업과 전문기술일수록 다양한 기술과 접목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열려진 기술마인드가 요구되고 있다.
다섯째는 기업의 문화풍토 조성이다. 국가 또는 각 민족에 각각의 문화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듯 기업도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일구어야 하는데 최근의 벤처기업들은 임금구조, 근무형태, 의사결정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독특한 기업문화를 창출해 내고 있다.
앞으로 기술경쟁의 격화와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비교우위 요소의 창출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같은 특성을 통해서 봤을 때 벤처기업들의 활약이 기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왕성한 기업가 정신과 확실한 기술력을 가지고 성공한 중소기업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굳이 벤처기업이 아니라도 상관없다.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 한 쪽에서 경제의 파란 신호등이 될 수 있는 기업이 많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李亨世 (주)터보테크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