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CD롬타이틀업계, 애니메이션 제작 사업 강화 바람

국내 CD롬 타이틀이 외국제품과 비교해서 가장 뒤떨어지는 분야는 그래픽 분야다. 최근 컴퓨터그래픽 기술의 급진전에 따라 해외에는 애니메이션만으로 제작된 영화가 선보일 정도로 영상사업에서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동화작업(원화를 기초로 원화를 이어가는 단순 그림작업)에 머무르고 있어 제대로 된 애니메이션을 사용해 제작한 CD롬 타이틀이 드문 상황이다.

최근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는 움직임이 일부 타이틀 제작사를 중심으로 일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고품질의 애니메이션을 사용해 타이틀의 질을 높임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 바로 그것이다.

쌍용정보통신이 최근 출시한 「마루의 영어모험」은 이 회사가 제작중인 애니메이션 영화 「전사라이온」의 캐릭터를 이용, 총 5천컷 정도의 애니메이션을 사용했다. 이 제품은 국내 타이틀이 보통 1초동안 4개의 애니메이션 컷을 연결시킴으로써 움직임을 단절하는 데 비해 2배 이상인 8∼10컷 정도의 애니메이션 연결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삼성전자가 선보인 「헬로 잉글리쉬」도 3D로 렌더링된 캐릭터를 이용한 3차원 애니메이션을 시도해 최근 해외 애니메이션 제작추세인 3차원 렌더링 기술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3차원 애니메이션은 2D 애니메이션에 비해 작업시간이 3배 이상 걸리는 고난도 작업을 요구한다.

한국프로그램개발원이 다음주 출시할 예정인 「리틀 에디슨 초등학교 영어」도 애니메이션을 대거 사용한 제품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총 1만여컷 이상의 애니메이션이 사용된 이 제품은 비록 흑색배경을 사용했지만 「풀스크린방식」을 채택, 탁 트인 시각을 제공한다. 또 만화영화에서 사용되는 초당 10 내지 15 프레임 애니메이션을 사용해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 밖에 지난해에 선보였던 푸른하늘의 「색깔을 갖고 싶어요」, 솔빛이 출시한 「이것이 미국영어다」 등 CD롬 타이틀도 고품질의 애니메이션 채용으로 사용자로부터 호평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1만컷 정도의 2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만도 5천만원을 상회하고 있어 국내 타이틀 제작사들이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타이틀 제작에 사용되는 애니메이션의 질적 수준도 해외제품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색감이나 캐릭터 등이 취약하고 애니메이션의 기본이 되는 원화 기획능력 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타이틀 제작업체들은 해외의 타이틀 제작추세가 그래픽을 보강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면서 그래픽분야의 인력보강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타이틀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해외 타이틀을 보면 클레이 애니메이션등 화려한 그래픽기술로 외양을 장식하고 있다』며 『외국 만화에 한번 젖어들면 외국만화에만 몰두하게 되듯이 국내 타이틀산업의 생존을 위해서 그래픽 보강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