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19세기에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이 시기에 전세계 무역질서는 영국에 의해 주도됐다. 섬유산업에서도 세계 각지의 풍부한 노동력과 원산지를 확보하고 1세기 동안 강력한 주도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세상 일은 시대에 따라 바뀌게 마련인가 보다.
우리나라가 수출산업 육성을 제1의 국가경제정책으로 추진할 60년대의 애기다. 이 당시 영국의 투자자문회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기업이 사업화에 나서는 품목은 이제 영국에선 사양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영국 섬유노동자 한 사람의 일당이 1달러인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그 10분의 1 수준인 10센트에 불과한 상황에서 시장경쟁력을 확보하기란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의 이같은 섬유에 이어 전자산업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수출드라이브전략이 세계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시기는 70년대 후반부터다. 전자레인지나 TV 등 가전제품이 세계수출시장에서 날개돋친 듯 팔려나갔던 시기도 있었다. 최근들어 다소 주춤하지만 그래도 반도체는 우리 수출산업의 효자상품으로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들어 선진국이나 개도국에서 가격경쟁력을 지닌 가전제품들이 우리의 내수시장에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는 어떤 분야에도 절대강자란 있을 수 없다. 급변하는 세계의 기류에 편승하지 못하면 내수시장에서조차 설 땅을 잃을 것은 자명하다.
세계 정보산업계는 지금 새로운 무역질서로 하루가 다르게 재편되고 있다. 정보기술 제품에 대한 무관세를 목적으로 한 정보기술협정(ITA) 가입에 이어 최근 세계무역기구(WHO) 기본통신협상 타결로 세계정보통신산업은 완전 개방을 향해 치닫고 있다. 개방시대엔 경쟁력 있는 기업과 국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정보통신시장 개방이 우리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작용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