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장비 및 시스템시장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켤 전망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의 방송장비 수요는 카메라 및 VCR 등 기자재와 스튜디오 설비를 중심으로 신규 방송사업자들의 대형투자와 기존 사업자들의 설비확충으로 방송장비 시장이 활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 1, 4분기 중에는 지난해 11월 사업자 허가가 이뤄진 인천 등 2차민방 사업자들의 투자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인천, 울산, 전주, 청주 등 4개 지역 민영TV와 수원FM방송사업자들은 지난 1월 초를 기점으로 법인 설립을 마무리지었으며 현재 설비 도입에 대한 사전 정지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방송계에서는 이들 민영TV만해도 카메라, VCR, 스위처, 스튜디오 등 제작설비에 최소 80억원에서 1백억원, 송신설비에 15억원, 옥외방송용 중계차량에 20억원 상당이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방송시스템 공급업체들은 토목 및 건축투자를 제외한 민방의 전체 설비투자 규모가 최소 4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각 민방사업자들이 기술책임자 구성에 발벗고 나서고 있어 오는 3월 중 투자 규모가 확실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민방수요를 뛰어넘는 대형물량은 2차 종합유선방송국(SO) 사업에서 발생할 전망이다. 주무부처인 공보처가 최근 광역화를 전제로 24개 지역을 신규허가 구역으로 확정하고 현행법에 따라 허가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오는 5월 말경 이들 24개 지역 전체에 대한 허가가 이뤄질 경우 각 사업자들은 3, 4분기 내로 설비도입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1차 SO와 달리 구역이 광역화함으로써 방송에 필요한 설비 및 기자재 물량이 SO당 최소 20억원 상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전체 24개 모두 일시에 허가가 나면 신규 SO사업자 허가에 따른 장비 및 시스템 소요물량은 5백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SO의 사업추진을 위한 전송망이나 수신자 설비는 제외된 물량이다.
위성방송과 지상파방송사의 24시간 종일방송체제는 아직까지는 변수이다. 위성방송의 경우 조기 허가에 대해 정부부처 내에서도 이견이 노출돼 이에 대한 투자가 올해 중 이뤄질 수 있을 지 아직 불명확하지만 일부 사업자만 허가돼도 2백억∼3백억원에 달하는 투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정부 움직임으로 볼 때 하반기쯤이면 최소 2개의 공공채널에 대한 위성방송사업자 추가 지정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방송사업자인 KBS는 기존 2개 채널을 운용하는 데에만 2백억원 가까운 설비투자를 진행한 상태이다. 위성채널에 대한 신규사업자 선정이 모두 이뤄질 경우 투자규모는 수천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위성방송을 준비 중인 사업자들 가운데 지상파나 일부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신규사업자이다.
또 현재 낮 12시에서 오후 5시까지는 방송을 하지 않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가 공보처의 선진방송 5개년계획에 따라 종일방송체제에 돌입할 경우에도 상당한 설비확충 투자가 예상된다.
이밖에도 사업자 인허가에 따라 방송산업의 외형이 커지면서 독립프로덕션 등의 활동영역 또한 증대될 것으로 예상돼 이들의 기자재 물량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방송장비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우리가 처한 현실로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의 대책에 대한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시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