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수퍼컴퓨터 도입 10년 결산

한 나라의 국력은 여러가지 지표로 나타낼 수 있다. 이중 수퍼컴퓨터의 보유 대수도 그 나라의 국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그만큼 수퍼컴퓨터가 지니는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최근들어 정보통신 인프라가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는 바로미터로 등장하면서 수퍼컴퓨터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수퍼컴퓨터가 국내에 도입된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지난 88년 KIST산하 기관인 시스템공학연구소(SERI)가 국내 처음으로 미국 크레이가 제작한 수퍼컴퓨터(모델명 CRAY2)를 도입한 것을 계기로 한국의 수퍼컴퓨터 시대는 본격 개막됐다.

국내 기초과학 및 첨단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도입된 이 수퍼컴퓨터는 국내 유수대학 및 연구소, 대그룹 등에서 폭넓게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수퍼컴퓨터의 수요는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수퍼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에 비해 「수퍼 파워의 컴퓨팅」 능력을 발휘하는 것을 목도한 국내 대그룹이 수퍼컴퓨터 도입에 발벗고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90년 기아자동차가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크레이의 수퍼컴퓨터 「CRAY YMP4/116」를 도입했고 92년에는 삼성종합기술원이 크레이의 수퍼컴퓨터를 도입하는 등 수퍼컴퓨터는 매년 2∼3대씩 국내에 설치됐다.

현재 국내에는 50개 연구기관 및 기업들이 수퍼컴퓨터를 도입, 각종 첨단연구 기술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이중 수퍼컴퓨터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크레이는 16개 기업 및 연구기관에 수퍼컴퓨터를 공급했으며 한국IBM은 약 35개 기관 및 기업에 수퍼컴퓨터를 공급했고 한국후지쯔와 인텔이 각각 1∼2대씩 판매했다.

한국은 4백여대의 수퍼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해 2백여대를 갖고 있는 일본, 50∼80여대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쳐지는 수준이다.

수퍼컴퓨터는 초당 수기가 FLOPS 이상의 정보를 처리하고 가격 또안 5백만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는 컴퓨터업계의 주장을 감안할 때 국내에 설치된 수퍼컴퓨터중 실질적인 수퍼컴퓨터는 약 20여대 남짓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나머지 30여대의 수퍼컴퓨터는 명목만 수퍼컴퓨터이지 기능은 대형 서버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CRK테크놀러지의 황협 상무는 설명했다.

『지난 10년 동안 수퍼컴퓨터의 성능 및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밝힌 황상무는 『국내 처녀 모델인 시스템공학연구소의 크레이기종은 약 2기가 FLOPS의 정보처리능력을 지닌 반면 최근 이 기종의 후속기종으로 대체될 계획인 크레이의 수퍼컴퓨터 「T3E LC128128」기종은 약 1백15기가 FLOPS의 정보처리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퍼컴퓨터의 설계 방식도 초기에는 주로 백터병렬방식의 고가형이 주종을 이루었으나 최근들어 일반 서버 및 대형컴퓨터에서 활용되고 있는 초병렬처리(MPP)기법과 대치형멀티프로세싱(SMP)기법을 이용한 미니 수퍼컴퓨터도 많이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동차 충돌, 유체해석 등 테크니컬 위주의 고난도 과학기술용으로 활용되는 수퍼컴퓨터는 병렬벡터형 기종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수퍼컴퓨터는 첨단 과학기술 개발 특히 군사기술에 이용될 소지가 많아 아직까지 수퍼컴퓨터의 종주국인 미국이 해외 판매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정부출연연구소 및 자동차, 반도체업체 그리고 주요 그룹들이 활용하고 있다』고 조규복 CRK테크놀러지 사장은 설명하면서 『앞으로 철강, 조선, 중공업 등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