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14)

밀착에도 차례가 있었다. 환철 스스로 정해놓은 순서. 하지만 순서를 어긴다고 한 번도 탓하지 않았다.

사타구니 사이 깊숙한 곳까지 놓여진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밀착된 상태로 정지해 있었다. 처음으로 환철과 고속버스의 같은 자리에 앉았을 때 환철의 손가락도 그랬다. 하지만 혜경은 리듬을 느낄 수 있었다. 무당이 신들린 듯 두들겨대던 장단. 재즈의 리듬과 바라소리가 어우러지고 있었다. 혜경은 밀착된 손가락 끝에서 연주되는 리듬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혜경은 다시 눈을 감았다.

젖꼭지를 어우르던 손가락이 이제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톡 솟아오른 젖꼭지를 손가락 두 개가 어우르고 있었다. 봉우리 위의 꼭지점을 어우르는 손가락이 치마 속으로 파고든 다섯 개의 손가락과 연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치마 속으로 파고든 손가락과 젖꼭지를 어우르는 두 개의 손가락이 리듬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굴곡진 계곡과 그 계곡 부근을 무성하게 덮은 수풀을 샅샅이 헤집듯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박자를 맞추듯,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듯 리듬 있게 움직였다.

흥건히 젖어들고 있었다. 액.

혜경은 다시 무당이 챙챙, 울려대는 바라소리를 들었다. 환철이 들려주는 재즈와 어우러지는 소리였다.

축이 되고 있던 새끼손가락도 움직였다. 서서히 굴곡진 깊은 곳으로 작은 원을 반복해서 그리며 움직였다. 지그시 압박하고 지그시 돌리며 각각의 손가락이 리듬에 따라 움직였다.

숨이 가빠왔다.

혜경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정지.

젖가슴을 어우르던 손가락과 치마 속 사타구니를 어우르던 손가락이 일시에 움직임을 그쳤다. 새끼손가락 하나씩이 젖꼭지와 사타구니 가장 깊숙한 곳에서 누를 듯 말 듯 밀착된 상태로 정지해 있었다.

혜경은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리듬과 소리. 재즈와 자바라의 리듬이 뒤섞여 흐르는 리듬이었다. 소리였다.

새끼손가락.

팬티 라인을 따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새끼손가락이 탄력 있는 팬티 라인을 헤집고 파고들었다. 위로, 아래로 움직였다. 그 속도에 따라 또 다른 새끼손가락이 젖꼭지 아래 가파른 곡선의 외각으로 서서히 움직였다. 혜경은 알고 있었다. 이제 도발적인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