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금요기획 화제와 이슈 (14);가전 해외공장 문제점

두통 앓는 가전업체 해외공장

국내 가전업체들이 운영하고 있는 해외 공장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해외에 세운 국내 가전사의 공장 가운데 일부는 최근 공장 설립시에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점에 부닥치면서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한 삼성전자의 컬러TV공장은 최근 근로자의 높은 이직률 때문에 정상 가동에 적잖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은 다른 외국 공장에 비해 근로자에 대한 복지후생이 후한 편인 데도 불구하고 6개월 안에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가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이직률이 높은 것은 한직장에서 줄곧 일하기보다는 잠깐 동안만 일하려는 이 나라 근로자의 의식과 많은 외국 공장이 이 나라에 들어오면서 노동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현상이 겹쳤기 때문이다.

이 공장은 따라서 매일같이 신규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신규로 채용한 인력을 즉시 라인에 투입할 수 없어 일부 라인을 놀리고 있다.

이 공장은 그 대안으로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 인접 국가의 인력을 수입해 쓰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문화와 언어 등의 문제로 인해 관리에 어려움이 큰 데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 인력을 75% 이상 고용토록 한 법률 때문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또 공장 자동화도 인력 감축에 대한 비판적인 현지 여론을 우려해 좀처럼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가전사들은 엉뚱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멕시코공장은 대부분 미국과 멕시코의 접경지역에 몰려 있는데 주로 멕시코인 보다는 미국 남부지역에서 온 중남미계 미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그런데 매일 번거로운 입출국 절차를 밟아야 하고 교통난이 극심하면서 근로자의 결근과 지각이 잦아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고 멕시코인을 쓰자니 이들은 주로 보수가 후한 미국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이직률이 높아 채용이 조심스럽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무계획한 해외 공장의 설립도 최근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이탈리아의 냉장고 공장을 철수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독일의 VCR공장을 철수키로 하고 최근 공장을 매각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두 공장이 문을 닫게 된 것은 현지 합작사의 부도와 현지 수요의 침체에 비롯된 것이지만 치밀한 계획과 비전없이 공장을 세웠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대우전자의 경우 90년대 초에 중국에 냉장고 공장을 세웠다가 채산성이 없다며 철수한 적이 있는데 이제는 현지 시장을 공략할 필요성 때문에 진출하고 싶어도 진출 시점과 규모를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가전사의 모든 해외공장 운영에 문제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지에 진출한 외국 가전사보다도 훨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삼성전자의 말레이시아 컬러TV공장도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해외 공장 운영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그렇지만 가전사들의 해외 생산체제가 본격 가동하고 있어 앞으로 해외 공장에서 문제점이 잇따라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낮은 인건비만을 노려 해외공장을 운영하려는 인식이 아직 남아 있는 데다 현지 실정에 대한 이해의 폭이 그리 넓어지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 공장에서 치명적인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가전3사가 최근 고위급 임원을 해외 공장의 총괄 책임자로 파견해 해외 공장 운영전략을 재점검하고 나선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