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컴퓨터랜드 한상수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세진컴퓨터랜드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세진의 경영합리화를 위해 유통과 제조를 별도로 분리하고 제조부문 법인의 사장을 한상수 사장이 맡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난 90년 10월 부산 서면에서 시작, 95년 5월 서울 잠실에 매장을 내면서 그동안 컴퓨터 유통업계에 갖가지 화제를 뿌리면서 승승장구하던 세진컴퓨터랜드 한상수 사장이 서울입성 1년 6개월여 만에 경영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영수 상무는 『세진컴퓨터랜드는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를 열어 새로운 사장을 선임해 유통부문을 맡기고 한 사장은 안산 시화지구에 3천평 규모의 공장을 임차해 월 5만대 규모의 대형 공장라인을 갖출 생산부문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한 사장의 49% 지분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세진컴퓨터랜드를 이끌어온 한 사장이 갑자기 퇴진한 배경은 무엇인가. 그 이유는 현재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컴퓨터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최근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가 터지면서 한 사장은 물론 같은 지분을 갖고 있는 대우통신이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공통적인 의견이다.
대우통신의 유기범 사장과 한상수 사장은 최근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로 위기를 느끼면서 지난 18,19일에 세진컴퓨터랜드의 향후 운영방안을 놓고 긴밀한 협의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세진컴퓨터랜드가 지난해 5월 대우통신측과 96년도 6천7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한 것과 달리 이보다 1천4백억원이나 모자란 5천3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것도 한 사장 퇴임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해 12월초 세진홈마트를 비롯한 유통사업 확장계획을 독자적으로 발표해 신규사업 추진시 대우통신측과 사전에 협의키로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용산상가의 한 컴퓨터 유통업체의 A사장은 『한 사장의 경영일선 퇴진은 이미 여러 달 전부터 예견돼왔으며 다만 그 시기가 언제쯤이 될 것이냐가 관심의 대상이었다』고 밝혔다. 한상수 사장의 경영일선 퇴진에 따라 컴퓨터 유통시장을 주도해온 세진컴퓨터랜드의 향후 운영방향에 대한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대우통신이 세진컴퓨터를 직영체제로 운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에도 일선경영에서 물러나지만 여전히 49%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독특한 경영기법을 회사에 심어 놓은 한 사장의 영향력 행사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관련업계의 반응은 다양하다.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잇단부도로 가뜩이나 위축됐던 제품 공급업체들이 최근 공공연하게 떠돌던 세진컴퓨터랜드 부도설로 잔뜩 긴장했으나 한 사장의 퇴임으로 경영권이 대우통신으로 넘어가자 일단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용산전자상가 상인들도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쇄부도를 우려해 그간 하루도 편할 날이 없던 세진컴퓨터랜드가 생산과 유통을 분리, 경영을 일신하고 있는 모습은 안정기조로 가는 징후가 아닌가 여기고 있다.
용산전자상가 상우회의 한 관계자는 『세진컴퓨터랜드의 이번 조치는 일단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부도설로 업계 전체가 고민이 많았는데 생산과 유통의 분리로 대우통신이 직접 유통에 나선 만큼 용산전자상가의 공급업체들이 다소 안정된 경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가의 한 관계자는 『어찌됐든 부도설로 골치를 앓아오다가 한 사장의 퇴임으로 경영이 정상화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컴퓨터 유통경기가 워낙 좋지 않아 세진의 부도설이 언제 다시 불거져나올지 모른다』고 여운을 남겼다.
하지만 아직까지 세진컴퓨터랜드의 향배가 완전히 결정됐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세진컴퓨터랜드의 유통부문을 대우통신이 일단 맡기는 했지만 그동안 한 사장 스타일로 운영돼오던 독특한 기업문화를 차기 사장이 계속적으로 영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많고, 지금까지의 누적적자를 대우통신이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특히 그동안 「컴퓨터 유통의 혁신」을 불러일으킨 한상수 사장이 어떤 형태로든 경영일선의 재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이번 한 사장의 퇴임의 결과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서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