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기기 유통구조 대기업 중심으로 전환

대우통신(대표 유기범)이 지난 20일 세진컴퓨터랜드의 경영권을 전격 인수함에 따라 주요 주변기기 공급사들이 세진에 대한 공급과 PC메이커들에 대한 OEM 및 일반 판매를 크게 늘일 것으로 보여 국내 주변기기 유통구조가 오는 2.4분기 이후 대형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전면 재편될 조짐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산전자, 두인전자, 석정전자 등 주요 주변기기 생산업체들과 삼테크, 선경유통 등 중견 유통사들은 지난해 말부터 끊임없는 부도설에 휘말려온 세진컴퓨터랜드의 경영권이 대우통신으로 넘어감에 따라 세진에 대한 판매비중을 크게 높여 나갈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 삼보, LG 등 대기업 PC메이커들에 대한 판매비중도 꾸준히 늘려나가 한국IPC, 아프로만, 세양 등 중견유통사 부도에 따른 판매 공백을 만회하는 다각적인 대응책을 마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멀티미디어 주변장치 생산업체인 가산전자는 지난해 말부터 중견 유통사들에 대한 공급물량을 조절하면서 판매물량이 줄어들었지만 최근 대우통신이 세진컴퓨터랜드의 경영권을 장악함에 따라 세진을 포함한 대기업체 공급물량을 크게 늘려갈 방침이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 등 주요 OEM 공급선에 대한 판매비중을 크게 높여온 두인전자는 대우통신이 세진 경영에 직접 참여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함에 따라 세진에 대한 제품 공급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주기판 생산업체인 석정전자도 대우통신의 참여로 세진의 경영상태가 급격히 호전될 것으로 기대, 세진을 포함한 대기업체 판매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중견 유통업체인 삼테크도 최근 부실한 일부 중견 유통업체들이 잇달아 정리되자 점차 외부에 대한 유통물량과 공급업체 수를 늘여나간다는 계획이다.

95년 초만해도 세진컴퓨터랜드와 수십억원 규모의 제품을 거래하다가 지난해 9월 세진과 거래관계를 끊었던 선경유통도 최근 부도 유통업체들의 정리와 세진컴퓨터랜드의 안정화로 점차 세진과 유통규모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움직임은 올들어 한국IPC,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한국소프트정보통신 등이 연쇄부도로 정리된 데다 세진컴퓨터랜드의 경영이 안정되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테크의 정락 이사는 『최근 컴퓨터유통업체들의 잇단 부도로 시장이 극히 위축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동안 유통질서를 왜곡시켰던 일부 부실업체들이 정리됨에 따라 이른 기간내에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부분의 주변기기 공급사들이 이를 계기로 신뢰도가 높고 대량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대기업체를 중심으로 유통채널을 재정비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덧붙였다.

<남일희,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