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글 긴생각] 인도시장 진출에 대한 조언

떠오르는 대륙 인도가 우리를 부른다. 6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며 묵시적으로 머나먼 할머니 나라로 여겨지던 인도가 우리를 손짓한다. 중국인들과는 달리 영어를 구사하면서 동양적 사고를 내세우는 9억의 인구. 인도 대륙은 국제화를 부르짖는 우리에게 무엇을 암시하는 것일까.

인도는 1991년 라오정부가 개방의 물꼬를 튼 이래 종래의 수동적인 입장에서 올해부터는 외국인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한 각종 유인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직, 간접 투자제한의 해제와 대상분야 확대가 그것이다. 일례로 통신사업의 경우 외국인은 종래 최대 49%까지의 직접 지분참여에서 최근엔 현지 합작투자사를 통한 간접투자 시 추가 24%까지 허용함으로써 외국인이 통신사업의 경영권을 좌우할 수 있는 73%까지 투자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미 부여된 민간통신사업자간의 기업합병 매수 기사가 연일 이슈로 장식되고 있다.

필자가 지난 2년여간 인도에 근무하면서 느낀 인상들이 10억의 인도시장을 노리며 인도에 터전을 잡으려는 우리의 기업인들에게 조그만 보탬이 될까하여 소개한다.

첫째, 인도인은 민족적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것이다. 세계 문명과 종교의 발상지가 인도라는 것에 주저치 않고 있으며 정신문명의 대부로 논리적 사고에 근거한 대화로 탁월한 상술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인도인은 대체로 돈이 없다」는 것이다. 인도인과 합작사업을 할 경우 초기 투자 이후 사업확장이나 추가 투자를 위한 증자 시에는 난색을 표시함으로써 외국측 투자자를 종종 곤경에 처하게 한다. 이는 뛰어난 언변과 논리술을 바탕으로 언어장벽에 시달리는 동양권의 외국 투자자들에게 때때로 당혹감을 심어줌으로써 「인도인들은 거짓말장이이며 상대하기 힘든 민족」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된다. 이러한 점들은 특히 단기간에 승부하기를 원하는 성질이 급한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무작정 진출에 앞서 충분한 문화적 이해와 절차적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셋째, 영어권의 저렴한 고급인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사업분야를 찾으라는 것이다. 단순히 인건비만을 고려해 해외생산기지를 찾으려 한다면 인도시장보다는 중국이나 가까운 동남아 지역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과 같이 영어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산업분야에 진출하려면 인도의 우수한 기술력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왕지사 인도에서 터전 잡기를 원한다면 국내의 기업인들이 합심해 공동으로 코리아타운십을 건설하면 어떨까 한다. 양국 정부 차원의 협조하에 기업들이 연합하여 델리 근교나 벵골, 푸나 또는 란치 등에 토지를 장기 조차해 대규모의 전용공단을 건설하고 정보산업분야의 전후방을 통합하는 전략으로 향후 세계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인도는 새로운 국제화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젊은 주역들에게 떠오르는 대륙으로서 항상 존재하리라 확신한다.

<김영재 한국통신 인도 델리사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