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어로 보는 컴퓨터 역사 43] 사이버스페이스

사이버스페이스는 1984년 윌리엄 깁슨이 그의 과학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유명해졌다. 가상공간을 뜻하지만 정보화과정에서 엄연한 사회, 문화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는 인터넷과 컴퓨터세계를 의미한다.

윌리엄 깁슨은 뉴로맨서에서 사이버스페이스를 「모든 컴퓨터로 연결된 데이터 뱅크로부터 추출된 그래픽적 세계」 혹은 「마음속에 가상으로 존재하는 공간이자 데이터들의 성운과도 같은 복잡함을 가진 세계」로 표현했다. 이 말은 PC통신망이나 네트워크가 컴퓨터 환경을 지배하기 시작한 근래들어서 더욱 설득력있게 구체화되고 있다. 이미 인터넷이라는 일종의 사이버스페이스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으며 사이버펑크 문화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실의 세계보다는 가상의 공간인 사이버스페이스에 관심을 갖고 몰두하는 사이버펑크족들이 크게 늘 정도로 가상공간의 사회적인 의미도 커지게 됐다.

그러나 사이버스페이스라는 말이 대중화된 데에는 영화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다. 사이버스페이스가 영화에서 주요 소재나 줄거리의 핵심으로 등장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자연스럽게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인식을 갖게 했다. 영화에서는 추상적인 공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형상화할 수 있기 때문에 사이버스페이스의 개념을 일반인들에게도 인식시키는데 큰 몫을 한 것이다.

소니픽처의 비주얼 이펙터 프로듀서인 조지 머커와 같은 사람들이 기획한 94년작 조니 니모닉(Johnny Mnemonic:코드명 J)과 제임스 카메론의 90년작 토털리콜이 대표적. 모두 윌리엄 깁슨의 사이버스페이스에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다. 인간이 들어갈 수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컴퓨터로 구성된 공간을 그래픽적으로 표현하면서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벌어질 수 있는 범죄나 문화활동을 시각화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