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정부 조달시장이 전면 개방된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정부조달협정은 지난 93년 12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타결과 함께 체결돼 96년부터 발효된 복수국가간 무역협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이스라엘, 스위스 등 23개국이 가입했고 최근들어 싱가포르와 홍콩 가입이 확정된 상태다.
이에 따라 국가 기간전산망인 행정전산망에도 이르면 올 상반기부터 외산 PC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부터 행정전산용 PC공급업체 선정에 국제입찰을 도입키로 하고 현재 시행방안을 마련중이라는 보도다. 정부의 방침은 국제입찰 도입과 관련해 중앙 행정기관과 이에 관련한 소속기관 등은 연간 PC구입물량이 1억5천만원 이상일 때, 그리고 광역시 이상 지방자치단체는 연간 2억3천만원 이상일 때 국제입찰을 도입한다는 내용으로 현재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입찰방식은 현재 국내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입찰방법을 그대로 유지하고 공급방법도 지금과 마찬가지며 제3자 단가계약방식으로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에 공급되는 PC의 대부분을 차지해 온 행정전산PC시장을 놓고 국내업체들은 해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여 왔다. 지난해에는 18개 업체가 행정전산망PC 입찰에 참여해 각축전을 벌인 결과 이미 10개 업체가 선정됐다.
물론 정부의 행정전산망PC의 공급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이의 납품을 꺼리는 경향이 없지 않고 계약수량외의 PC 추가공급을 피하는 일도 나타났지만 물량이 많고 행정전산PC 공급업체로 선정됐다는 대외적인 이미지 등으로 인해 PC업체들은 해마다 두차례식 실시되는 입찰을 놓고 경쟁을 해왔다.
더욱이 올해는 예년보다 행정전산PC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게 돼 국내 업체들의 관심은 그 어느 해보다 높다. 교육부가 교육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2000년까지 전국 초, 중, 고교에 한 학교당 2개씩의 컴퓨터교실을 운영한다는 방침을 발표해 올해 교육기관에서만 10만여대의 새로운 수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행정전산PC시장은 기존 물량을 합칠 경우 20만대를 웃돌 것으로 관련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는 올해 국내 컴퓨터시장의 10% 선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같은 행정전산PC시장에 외국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 경우 국내 PC시장 판도에 일대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업체들이 높은 지명도를 바탕으로 국내업체보다 싼 제품을 전략적으로 공급할 경우 국내 중소 PC업체들의 설 자리는 지금보다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조달시장을 개방해도 외국업체들의 경우 사후관리(AS) 등이 국내업체보다 미흡해 당장은 크게 우려할 것이 못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우리측 시각에 불과하다. 어차피 앞으로 각종 조달시장은 개방이 예고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PC업체들이 그동안 나름대로 다양한 대비책을 강구해 왔겠지만 앞으로 국내업체들은 보다 대국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 이는 우리시장이 열리면 상대적으로 외국에 우리가 진출하는 계기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국내업체들은 크게 품질 차별화와 가격경쟁력 확보, 그리고 신제품 개발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국내시장에서도 경쟁제품보다 우위를 확보하려면 같은 가격이면 품질이 우수하거나, 품질에 별 차이가 없으면 가격이 싸거나 아니면 기존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이는 외국시장에서 적용되는 불변의 사항이다.
행정전산PC뿐만 아니라 오는 6월의 EU간 통신장비 조달시장 개방도 앞둔 현 시점에서 관련업체들이 경쟁력 확보에 최선을 다해 주고 아울러 이번 기회를 외국시장 진출의 디딤돌로 활용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