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영상물에 대한 포괄적 제휴계약」을 체결한 SKC와 MBC프로덕션간의 동반자 관계가 출발점부터 흔들리고 있다.
영상산업 전분야에 걸쳐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로 계약한 두 회사간의 전략적 관계는 거대한 유통조직을 가진 대기업과 풍부한 영상소프트웨어를 보유한 방송프로덕션간의 연합전선이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최근 SKC의 강력한 경쟁사인 제일제당이 MBC TV를 통해 방송 중인 만화 「미래소년 코난」의 캐릭터 판매대행계약 체결을 발표했는가 하면 MBC프로덕션의 첫 장편영화 합작건도 난항끝에 SKC와 합의되는 등 두 회사간의 파트너십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
이같은 MBC프로덕션측의 외도에 대해 SKC는 『다소 섭섭하긴 하지만 계약조건에 홈비디오, 캐릭터부분이 명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일제당과의 캐릭터사업에는 이의가 없으며 MBC와의 파트너십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대해 MBC프로덕션측의 견해는 약간 다르다. 동반자 관계에는 이상이 없지만 캐릭터는 물론 향후 만화영화도 전략적 제휴품목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영화부문 협력은 극영화에만 국한된 것이지 만화영화는 SKC와의 계약에 묶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회사가 지난해 계약 당시 영화, 홈비디오, TV제작물, 이벤트, 기타 영상사업 전반에 걸쳐 협력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TV 제작물 중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화영화나, 기타 영상사업에 포함될 수 있는 캐릭터부분이 제외된 것은 다소 의아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최근 SKC와 제작비 50 대 50 분담 조건에 합의한 MBC프로덕션의 첫 장편 극영화 「꽃을 든 남자」 역시 공동제작을 결정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MBC프로덕션측은 이 영화가 두 회사의 계약 이전에 이미 기획된 작품이라는 이유를 들어 당초 합작투자에 난색을 표명했으며 비디오판권 역시 D그룹 계열사에 넘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도는 등 SKC와 무관하게 진행되다가 뒤늦게 SKC측의 강력한 공동제작 의사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간에 가장 활발한 협력관계 모색이 기대됐던 홈비디오사업 역시 MBC가 시장성있는 소비자직판용 영상소프트웨어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는지 의문시되고 있다.
그동안 MBC가 제공하고 SKC에 의해 출시된 드라마 시리즈물 「애인」을 비롯해 5편짜리 다큐멘터리 「디지탈 문명이 열린다」, 나문희 주연의 홈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이 소비자 직판 시장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올 초 출시가 예고됐던 장한나와 장영주의 음악세계를 담은 다큐멘터리 「21세기 음악의 주역」은 초상권 문제로 출시 자체가 취소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 연말까지 소비자 직판 비디오 및 극영화 부문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느냐의 여부가 두 회사간의 장기적인 동반자 관계 정립에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