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16)

은옥은 시계를 보았다.

17:00.

위성에서 신호가 끊긴 지 1시간이 지나 있었다.

1호 위성과 2호 위성은 모두 지상관제소로부터 정상적인 신호를 주고받을 수 없을 정도로 자세가 틀어져 있는 상황 그대로였다.

위성을 이용한 모든 통신이 두절된 것은 물론 위성의 자세를 파악할 수조차 없어 임의의 지점에서 아래방향으로 위성체를 회전시키는 작업을 계속 시행하고 있을 뿐이었다.

은옥은 파라미터를 다시 입력시켰다. 모멘트 휠을 회전시켜 임의의 지점을 향하고 있을 위성체의 자세를 5도 아래방향으로 회전시키는 파라미터였다.

3만6천 상공의 위성이 지구를 감지할 수 있는 각도는 9도. 그 이상 벗어나면 위성은 지구를 감지하지 못한다. 지구를 기준으로 스스로의 위치를 인지하는 기능을 상실, 위성의 자세를 파악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파라미터의 값을 그 이상으로 주어 위성체를 회전시키면 지구를 단번에 지나쳐 버릴 우려가 있어 5도씩 회전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위성체가 태양전지판 축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틀어져 있다면 위성체 내의 모멘트 휠을 동작시키는 것도 무의미한 작업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볼 도리는 없다.

은옥은 마우스를 클릭했다. 이미 수차례 시행한 후였지만 계속 위성에서 보내는 신호에는 모멘트 휠 회전에 관련된 데이터만 수신될 뿐, 위성체의 안테나 방향에 관련된 데이터는 수신되지 않고 있었다.

은옥은 위성체의 비지향성 관제 안테나를 통해 수신되는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지상 안테나의 출력 데이터를 확인했다.

1백배.

평상시보다 1백배로 강한 전파가 안테나를 통하여 우주로 출력되고 있는 것이었다.

증폭장치. 다시 증폭장치의 데이터를 확인했다. 위성체의 비지향성 안테나를 통하여 내려오는 미세한 신호를 인식할 수 있는 데이터로 수신하기 위해서는 신호를 증폭하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정상. 하지만 위성체의 자세에 대한 데이터는 수신되지 않고 있었다. 위성체는 아직도 지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장, 부관제소에서도 수신된 데이터 없나요?』

『예, 특별한 보고는 없었습니다. 박사님, 헌데 부관제소에서 이상한 데이터가 수신된 것이 있다고 합니다.』

『어떤 데이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