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 弘 在
84년 성균관대 기계설계공학과 졸업
87년 금성사(현 LG전자) 가전연구소 입사
87∼93년 DAT 및 8캠코더 데크메커니즘 개발
94년 헤드폰 스테레오 데크메커니즘 개발프로젝트 리더
현재 LG전자 멀티미디어연구소 책임연구원
일명 「워크맨(Walkman)」으로 불리는 헤드폰 스테레오 카세트는 1970년대 말 일본 소니사가 처음 개발했다. 워크맨이 들고 다니면서 음악감상은 물론 어학 학습기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를 끌면서 세계 가전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이 시장에 참여했다.
휴대용 카세트시장 형성초기 업체간 개발경쟁은 기능 다양화가 초점이었으나 80년대 중반 소위 로직데크(Logic Deck)가 등장하면서부터는 사용 편리성과 몸에 지니고 다니기에 편리한 휴대용 제품으로 본질적 기능이 부각되어 소형화 경쟁을 벌였다. 또 90년대 초반부터는 무게경쟁을 벌여 일본 마쓰시타(松下)가 두께 19.9인 제품을, 샤프가 무게 99g인 제품을 각각 개발했다. 이들 두 제품은 헤드폰 카세트의 두께와 무게 기준을 나타낼 정도로 상징적이다.
일본 소니가 94년 워크맨 발매 15주년을 맞아 36시간 연속재생이 가능한 제품을 발표하자 마쓰시타도 95년 45시간 연속재생 가능한 제품을 내놓아 경쟁은 장시간 재생 기술개발 경쟁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헤드폰 카세트의 저소비 전력화가 주요 연구기술과제로 등장하게 됐다. 이후 소니와 마쓰시타는 번갈아가면서 장시간 재생할 수 있는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했고 현재 소니는 50시간, 마쓰시타는 70시간 연속재생이 가능한 제품까지 선보였다.
헤드폰 카세트업체들의 장시간 재생경쟁이 본격화되자 그동안 이 시장에 참여했던 수많은 업체들이 기술적 한계, 또는 경쟁력 약화로 대열에서 낙오되고 현재는 몇몇 업체만이 장시간 재생 세트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전자가 작년말 3세대 제품인 경부하 데크메커니즘을 개발했는데 이 제품은 85시간 연속재생이 가능하다.
이같이 세트의 장시간 재생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소비전류를 감소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저부하 테이프 개발, 회로의 소비전류를 감소시키기 위한 저전압에서 구동하는 드라이브IC 개발, 저소비전류 모터 개발, 경부하 데크메커니즘 개발 등 여러가지 고난도 기술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 중에서도 데크가 세트의 소비전류 중에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데크의 저소비 전력화가 핵심요소로 떠오르게 된다.
경부하 데크메커니즘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메커니즘이 저소비 전력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요소별 기능과 역할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기능별 블록 다이아그램(Block Diagram)을 만들고 그 중에서 소비전류를 줄일 수 있는 설계요소들이 어떤 것이 있는지 면밀히 살펴 소비전류를 줄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야 한다.
그동안 저소비 전력을 위한 설계요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구체적인 실현방법들도 나왔다. 대표적인 예로 해외 특허출원중인 직접 기어모터 구동방식의 동력 전달계와 3단 풀리(Pulley) 벨트 구동계가 있다. 이밖에 캡스탄(Capstan) 축의 특수처리, 캡스탄 베어링 지지방식, 기어열에서 클러치의 위치 배분방법 등도 있다.
직접 기어모터 구동방식은 모터에 기어를 바로 연결시켜 메커니즘의 동력원인 모터의 측압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또 모터 축에 걸리는 부하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3단 풀리 벨트 구동계는 일반적으로 벨트가 동력을 직접 전달하는 고속 회전체(Pulley)가 메커니즘 부하의 큰 부분을 유발하므로 풀리의 수를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모터가 직접 기어 구동을 하기 때문에 기어 전달소음이 커지고 오디오 제품의 핵심인 W/F(Wow & Flutter) 특성이 불리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는 기어 치형을 바꾸는 것이다.
3단 풀리 구동계는 앤티롤링(AntiRolling; 재생시 정방향 혹은 역방향에 관계없이 모터는 한 방향으로만 회전하며 정방향 재생용 캡스탄과 역방향 재생용 캡스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회전하는 방식)을 구현하며 벨트가 동력을 직접 전달하는 고속 회전체가 최소인 방식이다. 이때 벨트의 장력과 재질, 감긴 각, 그리고 풀리의 반경이 설계의 핵심이다. 여러 설계요소가 얽혀진 상태에서 설계값 선정은 흔히 T/E(Trial & Error) 형태로 결정되곤 한다. 또 실험계획법(Design of Experiments)에 입각한 다구찌(田口) 방법도 적용되는데 실험계획법이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해 실험을 어떻게 하고, 데이터를 어떻게 취하며, 어떠한 통계적 방법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면 최소의 실험에서 최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가를 계획하는 것이다. 이는 주로 직교 배열표(Table of Orthogonal Arrays)를 이용, 인자와 수준을 배치하고 분산분석(Analysis of Variance)을 통해 주요인과 수준을 결정하는 것이다. 다구찌 방법은 직교 배열을 통한 데이터를 이용해 잡음(SN)비를 분석, 이를 고려하여 강건(Robust)한 설계가 이루어지도록 최적조건을 결정하는 것이다.
테이프가 헤드 밑을 정속(47.6/sec)으로 주행하기 위해서는 테이프를 견인해 주는 요소가 필요하다. 이는 핀치 롤러(Pinch Roller)가 스프링 힘에 의해 캡스탄 축에 밀착되어 이루어지는데 이를 견인력(Driving Force)이라 부른다. 견인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스프링 힘을 강하게 하면 테이프 정속주행에는 유리하나 캡스탄에 과도한 부하가 가해져 베어링에 무리가 생긴다. 따라서 같은 스프링 힘에서도 큰 견인력을 얻기 위해서는 캡스탄 축의 특수처리를 해야 한다. 이 경우 동일 스프링 하중에서 기존 제품보다 60% 증가된 견인력을 얻을 수 있다.
메커니즘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는 캡스탄 축을 지지하는 베어링 부를 양단 지지방식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기존 단순 지지방식에 비해 구조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으나 부하가 베어링 사이에 존재하게 되므로 베어링 반력이 50% 이상 저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모터에서 발생된 동력은 기어 열(Gear Train)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테이프를 감아주는 릴(Reel)에 전달된다. 릴이 테이프를 감아주는 힘의 정도를 P/T(Play Torque)라 한다. 재생시에도 릴이 테이프를 계속 감아주므로 감긴 정도는 증가하며 이에 따라 테이프의 주행속도가 증가된다. 이때 메커니즘 구성요소의 하나인 클러치가 기어 열에 존재하는데 이는 테이프가 정속도로 주행할 수 있도록 테이프 속도증가를 슬립(Slip)현상으로 막아주는 역할을 해준다. 메커니즘의 기능상 슬립이 생기는 클러치는 필수적으로 존재하게 마련인데 이 요소 또한 메커니즘 부하요소 중 중요하다.
기어 열 가운데 어느 감속위치에 클러치가 있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설계상 결정할 문제다. 감속위치에 따라 생산이 어려운 클러치 구조가 될 수 있고 수명 시험시 P/T 변동을 막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기어 열 구성 전 미리 좋은 감속위치에 클러치를 배치해 향후 발생 가능 문제를 배제해야 한다.
로직 메커니즘의 모든 동작이 조정되는 CAM 기어는 신뢰성에 영향을 미치는만큼 CAM 선도(Profile)설계에서 압력 각이 최소화되어야 한다. 압력 각이 커지면 접촉하는 힘(Contact Force)이 과도하게 생성되어 CAM 선도가 마모되기 쉽다. 따라서 이에 연동되는 부품의 신뢰성이 문제가 된다. 기존 도면제작용 CAD로는 전 구간에 걸친 CAM 선도평가에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상용 기구, 동력학 소프트웨어인 ADAMS을 이용해 모의실험(Simulation)을 하여 CAM 선도 전구간에 대한 압력각(pressure angle)을 평가하는 게 적당하다.
이밖에 기어 열에서 역 매기(back lash) 조절을 통해 동력전달 효율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오일이 소비전류 및 소음에 큰 영향을 미친다. 테이프 데크메커니즘에서도 테이프의 외란이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인데 테이프가 주행중 테이프면과 접촉하는 모든 부위의 마찰 저항을 최소화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주행 가이드 요소의 부하를 줄이고 테이프와 헤드(Head)의 마찰 저항을 최소화해야 한다. 시스템이 최적상태로 설계되기 위해서는 개발하고자 하는 시스템에 맞는 모터를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다.
휴대용 오디오 기기를 장시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배터리를 자주 교환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큰 편리함을 제공한다. 또 기기의 수명연장과도 관련이 깊다. 따라서 휴대용 기기뿐 아니라 모든 가전기기에서 메커니즘의 경부하화는 필연적 추세다.
차세대 휴대용 디지털 오디오로 현재 일본시장에서 급신장하고 있는 MD(Mini Disc)의 경우 이미 제조업체간 장시간 사용에 대한 경쟁에 들어갔다. 국내에서도 점차 사용이 보편화 되고있는 캠코더도 배터리 사용시간이 큰 불편으로 작용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사용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보다 매력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모든 휴대용 기기의 저소비 전력화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