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가전 뉴리더 (16);삼성 STS 개발팀 이진섭 부장

1982년 세계 최초의 디지털 매체인 콤팩트 디스크(CD)가 등장함으로써 오디오 관련산업은 커다란 변화를 맞게 됐다.

지름 8의 이 디지털 매체는 레코드 판으로 불려졌던 LP보다 크기가 작아 휴대와 보관이 간편하고 원음에 가까운 음질을 재생할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오디오 기기에서는 LP를 재생하기 위한 턴테이블이 점점 사라지고 CD를 재생할 수 있는 CDP가 장착되기 시작했으며 음반업체들도 LP 대신 CD를 제작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요즘 레코드 판매점에 가보면 아날로그 시대를 대표했던 LP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디지털 시대를 상징하는 CD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곁에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날로그 매체가 있다. 카세트 테이프가 그것이다. 카세트 테이프는 비록 음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지만 CD보다 크기가 작고 값이 싸 소형 헤드폰 카세트나 카오디오 등 이동성이 강한 오디오 기기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12명으로 이루어진 삼성전자 오디오 설계그룹의 이진섭 부장팀은 이처럼 음질이 떨어지는 카세트 테이프의 단점을 보완한 첨단 테이프 녹음방식을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해 카세트 테이프 관련산업에 새로운 전망을 제시해주고 있다.

개발명 「테이프 녹음 주파수 보상시스템」으로 알려진 이 첨단 테이프 녹음방식은 CD를 테이프에 녹음할 때 테이프의 음질을 거의 CD의 수준과 비슷하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종전에는 CD를 테이프로 녹음할 경우 중저음 대역은 녹음이 가능했지만 14 이상의 고음대역은 녹음할 수 없었다.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돌비연구소에서 잡음감쇄회로나 고음증폭회로(HX-PRO) 등을 개발했으나 이 역시 커다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개발한 첨단 녹음방식은 최대 18 대역까지의 고음을 녹음할 수 있어 기존 기술보다 상당히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술이 전체 오디오 업체들로 확산될 경우 소비자들은 더욱 깨끗한 음질의 테이프를 즐길 수 있게 되며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이 돌비연구소에 지급했던 기술료를 상당부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슈퍼 테이프 사운드(STS)로 세계 10여개국에 특허출원중인 이 첨단기술은 카세트 테이프의 자기 헤드에 인공지능 녹음(AI-R)회로를 부착해 테이프 녹음시 입력되는 신호성분을 검색한 뒤 이 가운데 고음역에 해당하는 14 이상의 음대역을 증폭시켜주는 원리로 작동된다.

STS를 개발한 이진섭 부장은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STS기술이 채용된 카세트 테이프를 일반 테이프 재생기기로 재생할 때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던 점』이라고 말한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이 팀은 약 10개월이란 선행개발 시기를 거쳐야 했다.

이진섭 부장은 『오는 3월 출시될 고급형 미니컴포넌트에 이 신기술을 채용했으며 이후 출시될 삼성전자의 모든 오디오기기에도 이 기술을 채용할 방침』이라며 『전세계에 이 기술을 확산시키기 위해 돌비연구소와 상호 기술협정 체결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또 이 기술을 단지 오디오기기에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시중에 판매되는 카세트 테이프에도 적용시키기 위해 음반업체들을 위한 산업용 장비도 만들 구상을 하고 있다.

이진섭 부장은 『첨단 기술을 구상해 상품화하는 과정은 마치 산모가 아기를 잉태해 출산할 때까지의 과정과 비슷하다』며 『이제는 아기를 어떻게 키울 것인지, 즉 이 기술을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