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컴퓨터 수치제어(CNC)장치 시대가 열리고 있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중공업, 현대정공, 기아중공업, 삼성항공, 통일중공업 등이 일부 공작기계에 국산 CNC장치를 부착, 판매하고 있으며 이를 모든 기종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그동안 일본 파낙社나 독일 지멘스에서 개발한 CNC장치를 사용해 오던 국내 공작기계 업체에 이처럼 국산 CNC장치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제작단가를 10~20% 정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입제품의 경우 표준화된 기능만 내장한 반면 국산은 풀옵션을 제공해 가격 대비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밖에도 수입제품의 경우 AS체제가 공작기계 생산업체와 CNC장치 공급업체로 이원화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됐으나 국산 CNC장치를 사용하면 공작기계를 판매한 업체가 AS를 전담, 서비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의 요인이란 분석이다.
대우중공업은 95년 일본의 도시바와 공동으로 대화형 CNC장치인 「VISION 380」시리즈를 개발, 기존 일본의 파낙社 제품을 채용하던 선반, 머시닝센터 등 CNC 공작기계 전기종을 국산으로 대체했다.
이 회사는 소비자의 요구와 AS 등의 이유로 현재 수출용은 파낙社 제품을 채용하고 있지만 첨단 기능을 내장한 신제품을 개발, 향후 수출용에까지 국산 CNC장치를 채용할 방침이다.
현대정공은 지난 92년 말부터 95년 말까지 총 1백억원을 투입해 독일 지멘스社와 공동으로 개방형 CNC장치인 「HiTROL-KING」을 개발하고 지난해 말까지 현장 테스트를 완료, 최근 이 회사의 주력상품인 「HiT-8」 등 선반 7종, 「STP-V18」을 비롯한 머시닝센터 7종 등 총 14종을 국산으로 대체했다. 이에 앞서 중소 CNC장치 개발업체인 터보테크와 공동으로 「HiTROL-Υ(감마)」를 개발, 지난해 말부터 선반인 「HiT-8EX」에 부착 판매한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전 기종에 「HiTROL-KING」을 채용할 계획이다.
기아중공업은 일본 히타치세이키社와의 기술협력을 통해 독자 브랜드인 「KIATROL」 개발을 완료하고 1월달부터 1차로 「KT 28」 등 선반 4종을 국산 CNC장치로 교체했다.
이 회사는 다음달 초까지 「KV 55」 등 수직형 머시닝센터 전기종을 국산 CNC장치로 대체할 계획이며, 6월 안에 「KH 50」 등 수평형 머시닝센터까지 국산으로 바꾸는 등 내년 상반기까지 전기종에 「KIATROL」을 부착할 계획이다.
삼성항공도 삼성전자와 협력 개발한 「SNC 32」를 주력상품인 「PL-10」 「LCV-40」 등 선반과 버티컬형 머시닝센터에 장착한 데 이어 늦어도 4월말까지 22종에 달하는 전제품을 「SNC 32」로 대체할 예정이다. 이 회사도 기존에는 파낙社 제품을 사용해 왔다.
이밖에 독자 기술로 개발한 「SENTROL」시리즈를 자사 제품에 부착해 판매하고 있는 통일중공업도 올 상반기 안에 전 품목으로 국산 CNC장치 채용을 확대할 예정으로 있으며, LG산전, 터보테크 등 CNC장치 업체들도 중소 공작기계 업체를 대상으로 판매를 강화할 계획이어서 국산 CNC장치를 채용하는 공작기계 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99년부터 수입선 다변화 품목이 전면 해제될 예정인 가운데 국산 CNC장치를 채용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은 CNC관련 독자기술 확보는 물론 국산 공작기계 저변확대를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각 업체마다 CNC장치의 소프트웨어 및 키 위치, 운용체계 등이 달라 호환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공동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