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환경이 아무리 열악하고 작업시간이 길어도 불평 한 마디 안하고 자기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로봇은 「강제노역」을 의미하는 체코어 「로보타」에서 유래됐다. 1920년 체코의 희곡작가 카렐 차페크가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이란 작품을 통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사람보다 2배 이상 일할 수 있는 기계」라고 묘사하면서부터 세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로봇은 동작 형태에 따라 원통좌표형, 직각좌표형, 수평다관절, 수직다관절 로봇으로 구분된다.
그동안 산업용 로봇은 자동차, 전자, 조선 등 제조업에서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원자력, 우주산업, 해양산업 등 인간이 하기 힘든 극한 작업에 두루 활용되고 있다.
로봇이 한국에 첫 선을 보인 것은 지난 70년대 후반으로 자동차 메이커들이 일부 생산라인에 로봇을 설치하면서 부터다. 그후 금성통신(LG정보통신과 합병)이 착탈용 고정 시퀀스 로봇을, 한국과학기술원이 원통좌표형 로봇을 개발하면서 불을 지핀 국내 로봇산업은 대우중공업이 아크용접용 로봇 「NOVA-10」을, 삼성항공이 조립용 수평다관절 로봇인 「와이즈맨」을 개발한데 이어 한국과학기술원과 서울대가 공동으로 수평다관절 로봇 컨트롤러를 개발하면서 국산화 열기가 뜨겁게 달아 올랐다.
물론 산업용 로봇 생산업체도 크게 늘어났다. 금성통신, 금성기전, 대우중공업, 삼성항공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던 로봇 관련업체가 지금은 1백여개를 상회한다. 덩달아 국내 로봇시장도 지난 92년 1천억원에서 올해는 2천억원으로 늘어났고 산업용 로봇 생산증가율도 90년대 이후 줄곧 두 자릿수 이상을 유지해 왔다.
이처럼 파죽지세로 성장, 2000년대 최대 유망업종으로 자리매김해 나가던 국내 로봇 산업의 성장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최근 한국공작기계협회가 발표한 「96년 산업용 로봇 생산, 출하」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로봇 생산액은 총 1천4백76억6천만원으로 전년대비 3% 증가에 그쳤고 특히 조립용 로봇의 경우 전년보다 34.7%가 줄었다고 한다. 올 시장전망도 불투명하기는 마찬가지다. 대규모 사업장의 설비투자가 완료됐을 뿐 아니라 중소업체의 투자도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로봇산업 부양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