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화가 진행되고 있는 동유럽에도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영국 「유로모니터」 등 민간 조사회사들은 동유럽지역의 백색가전 수요가 해를 거듭할수록 큰 폭으로 증가해 올해의 경우 시장경제화가 시작된 90년에 비해 금액 기준으로 53% 늘어나는 등 높은 신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국내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영국의 민간 조사회사들은 신장폭이 큰 품목으로 냉장고를 들고 있다. 폴란드를 비롯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이 특히 냉장고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시장으로 올해 판매액은 지난 90년보다 5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지역의 지난 95년 냉장고 시장규모를 보면 체코가 13억9천만달러, 슬로바키아가 10억1천만달러, 폴란드가 6억5천만달러, 루마니아가 5억3천만달러, 불가리아가 1억3천만달러에 달했다.
냉장고 수요확대는 생활수준 향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동유럽지역에서 생산되는 값싸고 질좋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시장경제화로 인한 생활여건이 좋아져 이를 구입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냉장고는 특히 백색 가전제품 중에서도 가장 시급히 갖춰야 할 생필품이라는 점 때문에 앞으로도 이 지역의 수요증가세는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동구지역에서의 냉장고를 비롯한 백색가전 수요확대는 이 지역에 대한 메이커의 진출을 확대시키고 있다. 특히 폴란드의 경우 외국업체들의 백색가전 생산기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우전자의 경우 폴란드에 약 1억3천만달러를 투입해 냉장고 및 세탁기공장을 신설해 생산증강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폴란드공장을 동유럽뿐만 아니라 유럽 전지역 공급거점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지멘스는 폴란드를 세탁기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다. 폴란드의 경우 상하수도 등 인프라 정비에 발맞춰 세탁기도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 지멘스는 계열 가전업체인 보쉬지멘스가 폴란드 중부지역에서 가동중인 세탁기공장의 생산능력을 한꺼번에 5배 정도 늘리기로 결정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약 3천만마르크를 투입해 올해 말까지 생산라인을 증설,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4만5천대에서 25만대로 확장한다. 이를 통해 98년에는 20만대를 생산, 폴란드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높여 시장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 공장을 독일 본국은 물론 구소련 제국들에 대한 수출거점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동구권 가전시장에 대한 국내 업계의 전망도 상당히 밝다.
LG전자가 분석하고 있는 8대 가전품목의 올해 동구지역 수요전망을 보면 영국 조사기관의 예상처럼 냉장고의 수요가 비교적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 냉장고 수요는 지난해보다 10.2% 이상 늘어난 2백20만대로 대량 수요품목 가운데 비교적 높은 수요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회사는 냉장고뿐만 아니라 각종 가전제품의 수요가 고루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탁기의 경우 2백50만대로 전년대비 8.7%, VCR는 1백99만5천대로 7.5%의 수요확대가 기대되고 있다.
또 캠코더와 전자레인지, 룸에어컨, CD플레이어 등은 전반적인 수량은 적지만 높은 수요증가세를 보이며 빠르게 시장을 형성해 나갈 품목으로 전망되고 있다. 캠코더는 올해 수요가 15만6천대로 전년대비 1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룸에어컨은 17만5천대로 21.5%, 전자레인지는 19만4천대로 21.3%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CD플레이어는 올해 예상수요가 1백70만대로 가전제품 가운데 가장 신장폭이 큰 26.9%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제 막 깨어나고 있는 동유럽 가전시장은 수요증가세가 갈수록 확대되면서 점차 한국과 일본, 유럽, 동남아시아 가전업체들의 각축장이 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