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900弗대 홈PC시대 속속 등장

미국 패커드벨NEC가 지난달 9백99달러짜리 가정용 펜티엄PC를 내놓은 데 이어 컴팩이 최근 9백99달러의 홈PC 「프리자리오 2100」을 발표했고, 애플컴퓨터도 올해 안에 1천달러 미만의 가정용 매킨토시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지는 등 9백달러대 홈PC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물론 이들 PC는 워드, 게임, CD롬, 인터넷 검색 등 풀기능을 갖추고 있어 비즈니스용을 주로 겨냥한 네트워크 컴퓨터(NC)나 넷PC 등과는 별도로 가정에서 저가의 영역을 확실히 구축할 전망이다.

보급률 40%에 못미쳐 물론 컴퓨터 호사가들이나 PC를 웬만큼 다루는 사람들은 MMX 펜티엄이나 고속 CD롬, 그밖의 현란한 멀티미디어 기능을 수행하는 PC를 구입하기 위해 기꺼이 2천∼3천달러를 지불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 가정의 PC보급률이 40%에 채 못미친다는 사실은 역시 일반 가정에서 부담없이 구입하기에는 현재의 PC가격이 그다지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인 IDC에 의하면 연간소득 2만5천달러 이하인 가구의 16%와 연간소득 2만5천∼3만4천달러인 가구의 25% 정도가 현재 PC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PC업체들은 1천달러 미만의 저가라는 새로운 무기로 PC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가정이나 세컨드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PC 중 1천달러 미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연말 성수기때 소매점을 통해 판매된 1백여만대의 PC 중 1천달러 미만이 10%에도 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그다지 끌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486이나 한 물 간 기능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커드벨NEC나 컴팩이 내놓은 PC는 구형 모델을 1천달러 미만으로 싸게 파는 것과 달리 펜티엄급 또는 그와 맞먹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당당히 경쟁력을 갖는다.

9백달러대 PC시대의 문을 연 업체는 역시 홈PC분야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패커드벨NEC.

패커드벨의 홈PC 「C115」는 1백20 펜티엄PC와 16M 메모리, 1.2GB HDD, 8배속 CD롬 드라이브, 33.6 모뎀과 모니터까지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메모리나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용량의 확장슬롯이 내장돼 있는 것은 물론이다. 소프트웨어도 기본적인 것 외에 코렐의 워드퍼펙트 슈트가 포함돼 있어 오피스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성능 펜티엄급과 비슷 한편 컴팩의 「프리자리오 2100」은 모니터를 포함하지 않은 가격이기 때문에 엄격히 말하면 1천달러가 넘는다.

그러나 본체 자체로는 패커드벨 제품보다 우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먼저 프리자리오 2100은 인텔의 펜티엄 프로세서 대신 저가 PC용으로 설계된 사이릭스의 「미디어 GX」칩을 채용, 다른 제품과 차별화한 것이 특징이다.

미디어 GX 프로세서는 비디오 및 오디오 회로를 하나의 칩에 결합한 것으로 PCI와 메모리 컨트롤러 등 중요한 부품을 통합, 저렴한 비용에 멀티미디어 기능을 실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24M 메모리, 2GB HDD, 8배속 CD롬 드라이브, 33.6 모뎀, 스테레오 스피커 등이 기본으로 내장됐다. 소프트웨어도 패커드벨과는 달리 워드프로세서나 개인금융 관리, 백과사전, 인터넷 접속 프로그램 등 핵심적인 기능이 번들로 채용돼 있다.

애플도 연내 시판계획 그러나 이 제품의 경우 회로기판이나 하드디스크 용량 등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확장슬롯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대신 메모리 확장카드나 ZIP 드라이브, 프린터 접속포트 등은 포함돼 있다. 디자인도 검정색의 세련된 모양이어서 전문가들은 저가 컴퓨터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인 제품이라고까지 평하고 있다.

결국 최근에 나온 이들 9백달러대의 컴퓨터들이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으로 무조건 최고의 성능만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가격 이상의 만족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들 제품에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인텔의 최신 MMX 프로세서가 없다. 또한 단순히 가격 면에서 보면 가정용 넷PC 등 5백달러대 초저가PC가 더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5백달러대 넷PC가 본격적으로 시장을 형성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이들 9백달러대 제품은 PC를 보유하지 않은 미국 가정의 60%와 이미 PC가 있지만 추가 구입을 고려하고 있는 가정에 상당한 매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애플이 연내에 펜티엄PC와 경쟁할 9백99달러짜리 매킨토시를 내놓을 방침이고 가정용 시장에서 이들 선두업체의 포문을 계기로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보다 낮춘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어 9백달러대 PC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