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117)

『정상적인 텔리메트리가 아니라 포맷이 다른 데이터가 잠깐 동안 수신되었다고 합니다.』

『언제 수신된 데이터죠?』

『위성체에서 신호가 끊긴 직후였습니다.』

『그래요? 이 과장, 그 데이터 이곳으로 보내 달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은옥은 다시 모니터의 커맨드 파라미터를 수정했다.

위성체 모멘트 휠이 고속 회전하여 임의의 방향에서 다시 5도 아래 방향으로 회전시키게 되는 것이다.

우주 36,000km 상공에 떠 있는 2미터 내외의 직육면체, 태양전지판을 포함해야 15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는 위성의 자세와 방향을 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정확한 자세를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위성의 자세를 조정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행운을 바랄 뿐이다. 차례차례 위성체를 돌려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는 것이다. 1호 위성과 2호 위성 중에 한 개의 위성만 정상 상태라도 이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막막했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 된다면 통신 장애는 둘째치고 위성 자체가 우주의 고철 덩어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위성의 정확한 방향만 파악된다면 연료가 소모되어 위성의 수명이 단축될 지라도 위성체 3면에 설치되어 있는 추력기를 이용해서 한꺼번에 많은 각도를 회전시킬 수 있지만, 정확한 자세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추력기를 사용한다 해도 결과는 같을 것이다.

은옥은 파라미터를 다시 입력시키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박사님, 부 관제소에서 수신된 데이터 여기 있습니다.』

『아, 그래요?』

은옥은 이 과장이 넘겨주는 자료를 받아 들었다.

A738BF456E2DD014293B78FFF0245A5C CE7293EEAA7037393038BDE00EFF3428 24F46EEC196CC39A173E613BB7F665EE 9A3E2B58AE377F11B35EA637EEABB571 0에서 F.

0에서 15까지의 숫자로 구성된 16진수.

긴 숫자의 배열, 텔리메트리 데이터였다.

하지만 위성체에서 정상적으로 보내진 텔리메트리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