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연구개발 부문의 비효율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영복 과학기술한림원 사무총장은 최근 「국산제품(Made in Korea),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8차 한림원 원탁토론회에서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R&D 투자규모에 비해 연구성과가 「크게 부진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번 원탁토론회는 조완규 한림원 원장을 비롯해 김기형, 김시중 전 과기처 장관, 김인수 한국과학기술정책관리연구소(STEPI) 소장, 조성락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등 산업계와 학계, 연구소 등에서 현역 또는 원로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20여명의 국내 科技界 최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90년대 이후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있는 국산제품의 경쟁력을 과학기술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채영복 과학기술한림원 사무총장
90년 이후 급속히 악화하고 있는 국산제품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이 범용기술 제품의 생산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제품개발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국내에서 조립한 제품, 즉 「Made in Korea」로는 안되고 국내에서 기술혁신을 일으킨 제품(Innovated in Korea)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R&D 투자가 지난해 스위스, 스웨덴, 네덜란드를 제치고 8위로 올라섰지만 종합적인 과학기술 수준은,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국가경쟁력 전문 조사기관인 IMD 분석에 따르면 25위에 그치고 있다. R&D 전과정에 걸쳐 곳곳에 비효율적인 요소가 만연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혁신 제품개발에 나서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비효율적인 R&D 체계부터 쇄신해야 한다.
조현대 STEPI 선임연구원
지금까지 우리나라 과학기술분야 R&D 정책은 선진국에서 개발된 기술을 모방하기에도 바쁜 실정이었다. 따라서 Input 요소가 늘어나면 당연히 그것에 비례해 Output이 늘어나는 것만 생각했지 Input과 Output간 효율(Throughput)은 심각하게 고려할 만한 여유조차 가지지 못했다. 공무원들도 잦은 이직 등의 이유로 소신을 갖고 일하기보다 건수 위주의 행정을 펼 수밖에 없었던 것도 R&D 부문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조성락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기업부설 연구소가 최근 2천6백개를 넘어서는 등 양적으로는 급팽창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 연구원 숫자가 1백명이 넘는 연구소는 1백16개에 불과하다. 그것도 전자, 자동차 등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극히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출연연과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결성, TDX와 CDMA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선두 수준의 기술을 개발해낸 것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
또 최근 신기협에서 5백50개 연구소를 대상으로 현재 연구개발인 기술의 수준을 스스로 평가하게 하고 그 결과를 조사했더니 50여개 연구소가 무선호출기, 가스개폐기, 합성고무 등의 분야에서 세계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 중소기업들도 연구개발자원을 과감하게 외부에서 조달(Outsourcing)하는 한편 새로운 기술개발에 승부를 걸면 「승산은 충분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서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