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우통신, 세진컴퓨터랜드 주식 얼마나 보유하고 있나

이군희 세진컴퓨터랜드 신임사장이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통신이 보유하고 있는 세진컴퓨터랜드의 지분이 15%라고 밝히면서 관련업계의 이목이 다시 세진컴퓨터랜드에 쏠리고 있다.

이군희사장이 언급한 것 처럼 세진컴퓨터랜드의 최대주주가 대우통신이 아니라는 것은 곧 세진컴퓨터랜드와 거래관계에 있는 수많은 업체들이 생각하고 있는 「마지막 안전판」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대우통신이 한상수 전임사장을 경질,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연쇄부도의 공포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컴퓨터 관련업계들로서는 이사장이 이같은 발언을 하게된 배경에 의혹을 가지는 한편 세진컴퓨터랜드의 앞날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확인하기까지 세진컴퓨터랜드의 지분은 대우통신과 전 한상수 사장이 각각 49%로 같고 대우통신 고문변호사가 2%를 소유해 사실상 대우통신이 51%를 소유한 최대 주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사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통신의 49% 지분 가운데 34%를 일반에게 매각함으로써 최대주주는 대우통신이 아니라 전임 한상수사장이며 또 대우통신과 세진컴퓨터랜드의 관계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물품지급대금을 연장하는 수준에서 협력이 지속될 수 있으나 직접적인 자금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세진컴퓨터랜드에 있어서 대우통신은 세간에서 인식한 것 처럼 최대주주가 아닌 15%의 지분을 갖고 있는 투자자 중의 하나일 뿐 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대우통신이 세진의 주식을 매각했으면서도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세진의 사장이 바뀐 지금에 와서야 이를 밝히고 그것도 당사자가 아닌 세진 신임사장의 입을 빌어 공식화한 것에 대해 컴퓨터업계에서는 강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이같은 의혹은 대우통신의 세진컴퓨터랜드의 지분율이 15%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경우 국내 컴퓨터업계에 던지는 파문이 결코 적지 않음을 알고 있을 양사가 사전 조율없이 이군희 사장 독단적으로 밝힌다는 것은 있을 수없는 일이라는데서 출발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우통신이 매각한 34%의 지분을 대부분 대우통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분산함으로써 계열사가 아님을 위장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는 대우통신이 세진의 경영에 대해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컴퓨터 관련 업체들로서는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우통신의 세진에 대한 지원이 밑빠진 독에 물붓는 상황이기 때문에 세진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업계의 추측이 사실로 드러났을 경우다. 아프로만, 세양정보통신 등 중견 컴퓨터유통업체들의 부도가 이어지는 시점에서 다음 차례는 세진이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돌았으며 심지어는 구체적인 날자까지 거론돼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추측은 더욱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즉 대우통신이 최대주주가 아닌 15% 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과거 보다 훨씬 손쉽게 세진과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우통신이 세진에 대한 경영권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지분율을 높여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라고 본다면 대우통신이 지분율을 낮춘 것은 이와는 정반대로 해석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게 한 유통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이에 대해 대우통신측에서는 『지분율 변동을 사전에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만일 이를 알렸다면 부품업체들의 세진에 대한 공급 차질이 예상됐기 때문』이라며 『지분율변동에 상관없이 세진의 제2주주로서 세진이 종합컴퓨터양판점으로 육성되기를 바라는 대우통신의 입장은 기존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이같은 세간의 의혹을 정면부인했다.

그러나 대부분 세진과 거래해온 업체들은 대우통신이 최대주주였기 때문에 거래를 계속해 왔다며 대우통신이 지분율 변동에 대해 밝히지 않은 것은 본의든 그렇지 않든 수많은 세진과의 거래업체들을 속인게 아니냐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돌발사태로 국내 컴퓨터시장에 또다시 혼란을 야기시키기 이전에 대우통신이 지분율 변동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과 함께 향후 세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조속한 시간 내에 밝혀야 된다는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양승욱,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