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잘 알려진 브랜드는 코카콜라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실상 맛에서 펩시콜라와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브랜드 가치는 펩시콜라와 비교가 안된다. 일반 소비자들은 코카콜라라는 브랜드만 보고도 품질이 좋고 가격이 적당하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비교 광고가 허용되는 미국에서 펩시콜라 회사측이 노골적으로 코카콜라를 폄하하지만 코가콜라의 명성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코카콜라는 브랜드만으로도 자그마치 36조원(3백50억달러)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코카콜라는 그 브랜드로 다른 제품에 이용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립튼이나 마르스초컬릿바, 맥도널드 등과 같이 하나의 브랜드는 하나의 제품에 직접 연결돼 있을 뿐이다. 서방 기업체들의 이러한 브랜드 관리는 오늘날 아시아 기업체들의 그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일본 미쓰비시는 전자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섬유, 은행 등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업종에 손을 대고 있다. 미쓰비시는 여러 계열사들의 이름인 동시에 공통된 상품명이다. 우리나라의 삼성, LG, 대우 등이 회사명과 제품 브랜드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일본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동일한 브랜드라도 회사가 다르고 품질에도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소비자들은 대부분 품질이 통일돼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효율적으로 브랜드를 관리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유럽이나 미국 선진업체들도 아시아의 브랜드 관리방법을 원용하려 하고 있다.
최근 가전업체들이 주요 제품에 대한 광고를 실시하면서 이미지 광고보다는 구체적인 기술과 성능을 내세우고 있다. 이들은 자사 제품의 기술이나 성능에 대해 자신감이 붙었고 또 경쟁이 치열해져 타사와 제품차별화를 위해서다. 어쨌든 이제 소비자들도 막연히 회사 이름만 보기보다는 기능을 따져보고 전자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이미지 광고가 됐든 성능이나 기능 중심의 광고가 됐든 업체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광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관리다. 이미 세계적인 기업이 돼버린 국내 가전업체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제품 가운데 한 종류라도 그동안 쌓아놓았던 브랜드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면 「브랜드 에스컬레이터」는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