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통신시장에서의 공정경쟁

자유경쟁 및 사적 이윤의 추구를 기본원리로 하는 시장경제 체제하에서는 그 본질적인 특성상 시장지배자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나 자원배분의 왜곡 등이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불균형을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정거래제도가 도입된다. 공정거래제도는 자유의사 및 공정한 수단을 기반으로 경쟁함으로써 경쟁의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는 동시에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추구해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통신시장에서도 이러한 원리는 그대로 적용되며 정보통신산업이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공정경쟁의 확보문제는 통신산업의 건전한 육성, 발전은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큰 몫을 차지하게 된다. 더욱이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 등으로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한 통신시장은 세계 각국의 시장쟁탈 각축장이 될 것이며, 이 경우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선진국가와 대등한 경쟁력을 가질 때에만 우리의 시장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다. 경쟁력을 키우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경쟁 체제의 확보일 것이다.

통신사업은 최근까지 대부분 국가에서 국가독점 또는 국가주도로 운영돼 온 특수성으로 인해 공정경쟁의 관건은 기존 독점사업자의 구조적 불공정 경쟁요소를 제거하고 신규사업자와 기존사업자가 동등한 경쟁조건하에서 실질적인 경쟁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 있다. 공정경쟁의 요체는 애로설비(Bottleneck Facility)적 성격을 지니는 시내망 설비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용토록 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독점 및 경쟁서비스를 모두 제공함으로 인해 발생가능한 경쟁분야에서의 공정경쟁 저해행위를 제도적으로 방지함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동일하거나 유사한 서비스에 대한 동등한 상호접속의 보장, 비차별적인 설비제공의 보장, 엄격한 회계분리를 통한 서비스간 내부보조의 금지 등이 실현돼야 한다. 그러나 더욱 바람직한 것은 시내전화사업의 분리일 것이다. 특히 시내전화망을 보유하고 있는 사업자가 국제, 시내전화사업에서 타 사업자와 경쟁하는 환경에서는 시내망설비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운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84년 AT&T를 장거리사업자와 지역사업자로 분리한 미국의 사례나 세계최대의 통신사업자인 NTT를 장거리 1회사와 지역 2회사로 분리, 분할할 것을 결정한 일본의 최근 사례는 시내망의 중립성 보장이 통신시장 공정경쟁에서 차지하는 무게를 실증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

90년대 초반부터의 경쟁도입후 계속되고 있는 신규통신사업자 허가는 先 국내경쟁, 後 대외개방이라는 정부의 정책목표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과정들로서 국가경쟁력을 제고해 21세기에 세계강국의 대열에 진입하고자 하는 정책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이같은 전면 경쟁체제로의 전환은 해외사업자의 국내시장진출 임박과 함께 공정경쟁 환경의 철저한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96년 12월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전기통신관련 법령을 체계화하는 한편 그 내용도 심도있게 구체화했으며, 통신사업자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분쟁해결 절차를 개선하고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재수단을 제도적으로 확보했다.

특히 다수사업자간의 경쟁심화로 야기될 수 있는 불공정행위로부터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자간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통신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한 것은 공정경쟁환경을 조기에 정착시키고자 하는 정책의지의 구현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제도정비를 근간으로 공정경쟁의 주요 요소들인 상호접속, 설비제공, 불공정행위유형 등에 대한 기준 및 지침의 개정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공정경쟁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배적 사업자의 국제, 시외, 시내전화 서비스간 완벽한 수직통합 제공으로 인해 다른 나라보다 시내망 의존도가 훨씬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제도적 공정경쟁 보장장치들의 실효성을 실질적으로 담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지속적인 개선과 더불어 관련사업자들의 공정경쟁 실천의지가 절실히 요청됨과 동시에 장기적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 시내전화사업의 분리가 신중히 논의돼야 할 것이다.

<데이콤 孫益壽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