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淳
82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84년 KAIST 전기전자과 석사
89년 KAIST 전기전자과 박사
83∼91금성전기 선임연구원
91∼93년 LG정밀 책임연구원
93∼현재 한국이동통신 중앙연구원 신기술 그룹장
흔히 미래사회는 정보사회라고 말한다. 정보사회란 정보를 만들어 저장, 가공한 후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유통체계가 잘 발달하여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말한다. 풍부한 정보를 쉽게 얻게 되면 우리의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세계 각국들이 국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으로 정보화를 꼽고 대량의 정보를 고속으로 주고받을 수 있는 초고속 정보통신망을 구축하는 등 범국가적인 정보화를 꾀하고 있다.
정보를 이용하는 이용자 측면에서 본다면 이동중에도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이동통신과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정보를 탐색하는 고정통신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지난 84년 이동통신이 처음 보급되기 시작한 이래 무선호출 서비스는 이미 국민 4명당 1명이 이용하고 있고 이동전화 이용자 수도 오는 97년 말에는 6백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가정과 사무실의 정보화 척도는 여러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전자교환기의 국산화로 유선 전화의 보급률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고 PC 보급 역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방송매체 분야의 경우 프로그램의 다양화 외에는 큰 발전이 없었다. 그나마 지난 95년 5월 25개 프로그램 제작사와 전국 54개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국(SO)이 각각 탄생해 케이블TV 상용서비스를 시작했고 96년 7월 무궁화위성을 이용한 디지털 위성방송을 시험적으로나마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방송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난 96년 12월말 현재 가입가구가 1백50여만가구인 케이블TV는 아직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케이블TV 가입신청 가구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이를 즉각 수용해 줄 만큼 전송로가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고 이로 인해 프로그램 제작사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당초 허가된 6개 전송망사업자 중 3개 사업자는 이미 사업을 포기했고 그나마 실제로 전송망을 가지고 있는 사업자는 2개사뿐이다. 이들 전송망사업자들이 많은 투자비를 아끼지 않고 매우 열성적으로 전송망 구축하고 있으나 산과 언덕, 비계획적 밀집 지역이 많은 우리나라의 지형적 특성상 공사가 어려워 전송망이 포설되지 못한 곳이 아직 많다. 이미 포설된 전송망도 밀집 지역이 위치한 길 모퉁이 까지 간선이기 때문에 각 가정까지의 지선을 모두 포설하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투자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케이블TV 가입가구가 2000년께에는 4백20만가구, 2005년에는 6백60만가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교통사정 등을 감안하면 기존 인구 밀집지역에 유선으로 케이블을 포설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국가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초고속정보통신 서비스를 조기 보급하기로 한 만큼 이를 위한 사업자 선정을 서둘러야만 하는 실정이다. 초고속정보통신의 궁극적 목표는 광섬유를 각 가정에 까지 포설하여 정보를 배달시키자는 것이다. 따라서 광섬유를 각 가정까지 포설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은 방송 케이블 포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규모가 될 것이다. 때문에 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도 현재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은 물론 많은 채널의 케이블 방송, 인터넷 등의 데이터통신, 주문형 비디오(VOD), 원격교육 및 홈쇼핑 등 급격히 늘어나는 정보량을 어떻게 하면 빨리 값싸게 배달할 수 있겠는가 라는 문제로 정리되게 된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널리 보급된 케이블TV 전송망을 통해 인터넷, 주문형 비디오 등 방송과 통신을 하나의 전송매체를 통해 통합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TV 전송망을 통한 부가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전송망 공사 초기에 이런 광대역 양방향 부가서비스들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케이블TV 전송망이 지금에 와서 까다로운 추가 규격을 맞추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으로 정보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이미 구축된 케이블TV 전송망 이외에도 값이 싼 일반 전화선을 통한 ADSL(Asynchronous Digital Subscriber Loop) 기술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 전송속도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최근 고속 데이터 전송을 무선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무선을 이용한 통신은 망구축 시간이 짧을 뿐 아니라 비용이 적게 들고, 유선 케이블과 달리 수명이 한정돼 있지 않아 유선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떨어지는 일이 없으며 유지보수가 간편한 장점이 있다. 반면 많은 정보량을 보내기 위해서는 넓은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고 폭넓은 주파수 확보가 용이한 초고주파 대역에서는 가시거리(LineofSight)가 확보되지 않으면 통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밖에도 눈, 비 등 기후조건에 따라 통신품질이 크게 좌우되는 약점이 있다. 물론 초고주파 부품 및 무선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들 약점이 보완되어 무선을 통한 케이블TV 전송이나 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무선 케이블TV는 이미 많은 국가에서 보급,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미국은 10 여년 전부터 2.5 대역에서 MMDS(Multichannel Multipoint Distribution System) 방식으로 소수의 케이블TV 채널만 무선으로 보급하는 서비스가 제공해 왔다. 최근에는 양방향 서비스로의 진화 및 수요 확대 등을 고려하여 28 대역의 주파수 경매를 준비하고 있으며 많은 채널의 케이블TV를 전송하고 인터넷 서비스까지 가능한 LMDS(Local Multipoint Distribution System) 기술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의 지역 전화사업자들은 전화선으로는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제공이 어렵다고 보고 LMDS 기술을 이용, 인터넷, 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등을 제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케이블 모뎀을 이용해 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한발 앞서 제공하고 있는 유선 케이블TV 사업자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 역시 미국과 비슷한 주파수 대역에서 LMCS(Local Multipoint Communication System)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서부 유럽 지역에서는 40 대역을 무선 케이블TV 방송용 주파수로 정하고 장비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LMDS 방식은 가입자 수용용량을 늘리면서 상호간섭은 줄이기 위해 현재 이동통신망 형태와 매우 유사한 셀 구조로 구성된다. 각각의 셀에는 방송 프로그램, 전화망 또는 인터넷 등과 접속이 이루어지는 헤드엔드(Headend)와 송수신기가 자리잡고 있다. 송수신기는 가입자 안테나와 가시거리에 위치해야 한다. 만일 건물이나 산 등의 장애물이 있는 경우에는 중간에 소출력 중계기를 두어 가시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가입자 장비는 송수신 안테나와 초고주파 대역을 낮은 주파수 대역으로 내리거나 반대로 올려 송신할 수 있도록 하는 업다운(Up/Down) 컨버터와 전화, 팩시밀리, TV, PC 등을 연결할 수 있는 세트톱박스로 구성된다. 미국에서도 아직까지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한 케이블TV 프로그램의 단방향 분배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디지털 양방향 서비스를 위한 연구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휴렛팩커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같은 미국의 거대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은 시험적인 장비개발을 끝내고 서비스 사업자들과의 협력을 모색중이다.
국내에서도 케이블TV의 무선 전송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업계에서 시험적으로 시도되고 있기도 하다. 한국이동통신은 96년 국책과제의 일환으로 국내 제조업체들과 공동으로 28 대역의 LMDS 관련장비를 개발, 과천 및 성남 지역에서 2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무선 케이블TV를 시험서비스하고 있다. 금호텔레콤 역시 28 대역의 안테나 및 다운 컨버터를 개발해 광주 지역에서 시험서비스하고 있다.
수산그룹은 캐나다의 TRL사와 LMDS 장비도입 및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고 삼양텔레콤과 해태텔레콤은 휴렛팩커드와 이미 LMDS 장비 및 기술도입 협정을 맺었다.
한국통신이 지분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무선CATV는 2.5 대역의 MMDS 장비를 도입, 서울 강남 지역에서 시험운용중이며 태평양시스템도 MMDS 장비를 도입해 운용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국제통신연맹(ITU)에서 2.5 대역을 디지털 위성방송용으로 사용키로 약속해 26 대역에서 LMDS가 가능한 실정이다. 하지만 정보통신부는 정확한 주파수 대역 및 소요 폭을 정하기 위해 전파진흥협회와 함께 각계의 전문가를 모아 케이블TV 무선전송용 주파수분과위원회를 조직, 운영해 왔다.
이는 선진국의 방송 및 정보통신 발달에 뒤지지 않으려는 정부의 강한 의지 표출이라 할 수 있다. 비록 검토된 주파수 대역이 매우 높기 때문에 아직 국산화 등 많은 숙제를 안고 있지만 주파수가 배정되어 고시되면 학계 및 관련 업계에서 이들 주파수에 대한 연구가 집중되고 관련부품 또는 시스템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들 주파수 대역의 활용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에 가능한 많은 정부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케이블TV 무선전송이 향후 정보사회 구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