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새가전 뉴리더 (17);동양매직 SH밥솥 개발팀

최근 가전업계가 전기밥솥 신제품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연간 2백65만대의 국내 전기밥솥시장이 밥물 끓듯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국내 전기밥솥시장은 보온 기능만 있던 전기밥통에서 시작해 밥짓는 기능이 추가된 전기밥솥으로 성장하고 최근에는 마이컴, 인공지능, 퍼지기능 뿐만 아니라 전기압력기술, IH기술 등 신기술을 도입한 첨단밥솥들이 출시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에게 가장 좋은 밥맛으로 통하는 전통 가마솥밥을 전기밥솥으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제품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동양매직의 SH(Surround Heating)밥솥. 동양매직의 SH개발팀이 2년여의 연구 끝에 작년 8월 상품화시킨 이 제품은 IH밥솥, 전기압력밥솥 등과 어깨를 겨루면서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동양매직의 SH밥솥개발팀은 지난 87년 동양그룹의 중앙연구소에서 출발해 94년 동양매직이 가전분야의 진출을 위해 독립, 설립한 가전연구소 소속의 소수 정예부대다. 팀장인 오완규 차장을 비롯한 박철용, 오상오 연구원 등 총 7명이 기술의 차별화와 국산화에 목표를 두고 SH밥솥 등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이 SH밥솥을 개발하게 된 동기는 간단한 경제원리에서 출발했다.

『IH기술은 외국으로부터 비싼 로열티를 주고 도입해야 하는데다 결국 이것은 상품의 가격에 반영돼 30만원이 넘는 소비자가격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이것이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자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것인데 어떤 기술이 좋을까. 밥솥은 뭐니뭐니해도 밥맛이라는데.』

여기서 이들은 우리 입맛에 꼭맞는 밥맛을 전통 가마솥밥에서 찾게 됐다. 가마솥밥을 짓는 전국 곳곳을 찾아다니고 옛 가옥구조를 탐방하며 잡아낸 첫 번째 기술의 핵심은 내솥의 디자인을 달리 하는 것이었다. 가마솥은 기존의 전기밥솥 내솥처럼 아랫부분이 편편한 것이 아니라 둥글고 두께가 두껍다. 여기서 새로운 디자인의 내솥이 개발되게 되었다.

두번째 기술은 가마솥밥은 은은한 장작불로 가열되는데 착안, 내솥의 밑부분을 열판으로 직접 가열하는 방식이 아닌 전면가열(Surround Heating) 방식을 개발해 낸 것이다. 전면가열방식은 내통 모서리를 둥글게 만들고 열판과의 간격을 둔 뒤 그 사잇공간의 공기를 가열해 열을 밥솥으로 전달하는 간접가열 방식이다.

그러나 여기까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오던 SH밥솥 개발팀은 마지막 상품화 단계에서 난제를 만나게 된다. 밥솥의 안전성 문제다. 내부의 공기가 가열되면서 그 열이 앞부분의 회로판에 전달되는 것이 큰 걸림돌로 등장했다.

이들이 고민 끝에 해결해낸 방법은 본체와 회로판을 분리해 이중구조로 만드는 것. 여기에 과열방지 휴즈를 장착했다. 이 기술은 전체 12건의 특허 및 실용신안에 포함돼 차별화된 기술로 인정 받았고 그 결과물이 동양매직의 SH밥솥(모델명 RCT-183)으로 선을 보이게 된 것이다.

앞으로 SH밥솥 개발팀은 압력기술을 도입해 SH압력밥솥을 만드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타사 제품과의 경쟁뿐만 아니라 시장이 개방되면 밀려들어올 일본의 밥솥에 대응하는 첨단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차별화된 국산기술로 외국 제품에 대응하고 그 기술을 다시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의 상품으로 되돌려주겠다는 SH밥솥 개발팀같은 기술인력들이 있는 한 한국가전시장의 미래는 밝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