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성장기 진입한 캠코더 산업

동영상을 촬영해 TV에서 재생할 수있는 비디오카메라, 일명 캠코더(Camcoder)가 세계 시장에 등장한 지 올해로 15년, 국내 가전시장에 등장한 지는 10년째를 맞으며 연륜상으로는 이제 막 소년기에 접어들고 있다.

광학기술과 VCR 기술이 뿌리가 된 캠코더의 역사는 가전왕국 일본에서 시작됐다. VCR용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폭 2분의 1인치 테이프에 동영상을 담을 수 있는 소니의 「베타 맥스」와 마쓰시타, JVC의 「VHS 풀타입」 비디오카메라가 가정용으로 세계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83년이다.

이후 VCR 규격 전쟁을 연상시키듯 소니진영과 마쓰시타, JVC 진영은 80년대 말까지 휴대가 간편한 8㎜, VHS-C 및 8㎜ 제품의 화질을 개선한 하이밴드 8㎜ 캠코더를 번갈아 내놓으면서 치열한 시장선점 경쟁을 전개했다.

90년대 들어서는 액정표시장치(LCD) 기술을 상징하는 샤프가 세계 최초로 4인치 액정모니터를 채용한 「액정뷰캠」 캠코더를 선보여 돌풍을 일으켰고 95년 가을에는 소니가 디지털비디오카메라(DVC)를 세계 최초로 상품화, 비디오카메라 시장에 신기원을 여는 등 또다시 현란한 기술경연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는 지난 88년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 가전업체들이 비디오카메라 특수를 기대, 본격적인 개발에 나서 88년 말 LG전자(당시 금성사)가 VHS 풀타입 비디오카메라를 상품화한 것이 최초의 국산제품으로 알려지고 있다.

곧이어 삼성전자, 대우전자가 가세한 가운데 90년에 8㎜, 93년에 하이밴드 8㎜ 비디오카메라가 개발되면서 본격적인 보급이 시작됐다. 이후 국내 비디오카메라 시장은 94년 대우전자가 중도하차 하면서 LG전자와 삼성전자 쌍두마차 체제로 시장을 이끌어 오고 있는데 95년 말부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잇따라 액정모니터를 채용한 8㎜ 비디오카메라를 선보인 데 이어 삼성전자가 96년 말 DVC를 상품화하는 등 기술력과 상품력 측면에서 일본을 바짝 뒤좇고 있다.

캠코더 세계 시장규모는 작년말 현재 1천만대로 전년보다 9%가량 신장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4백여만대로 전세계 수요의 39%를 차지하고 있고 유럽이 3백여만대, 일본이 1백30여만대 등으로 아직까지 캠코더는 전형적인 선진국 지향형 제품이며 보급률 역시 이들 지역에서도 30∼40%에 불과한 실정이다. <도표1 참조>

이처럼 선진국에서조차 비디오카메라 보급률이 여타 가전제품에 비해 미미한 것은 무엇보다 비싼 가격에 비해 사용하기가 번거롭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동영상을 기록할 수 없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사용과 휴대가 편리한 일반 스틸카메라의 입지가 확고한 것도 비디오카메라의 보급을 지연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기종별로는 휴대하기에 불편했지만 VCR 테이프와 호환이 가능해 90년대 초반까지 인기가 많았던 VHS 풀타입 비중이 급격히 퇴조하고 최근 들어선 소형, 경량화된 8㎜(하이밴드 8㎜포함) 기종이 전체 수요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93년부터는 8㎜ 기종 중에서는 액정모니터를 채용한 제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작년부터는 일본에서 DVC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DVC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전세계적으로는 8㎜ 기종이 앞으로도 7~8년간은 시장을 주도하리라는 것이 국내외 가전업계의 장기전망이다. 현재 세계 시장의 판도는 소니를 비롯, 마쓰시타, JVC 등 일본의 9개 업체가 전세계 시장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9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된 국내 시장은 작년 13만여대로 추정된 밀수품을 포함, 총 27만여대가 팔리면서 보급률이 갓 1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20% 안팎의 판매신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올해도 최소한 17만대 이상이 팔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등 본격적인 성장기 진입에 대한 기대를 걸게하고 있다.

기종별로는 하이밴드 8㎜를 포함한 8㎜제품이 전체의 98%를 차지하고 있고 VHS 풀타입은 업무용 위주로 수요가 한정되면서 2%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고체촬영장치(CCD), 주문형반도체(ASIC) 등 핵심부품의 상당 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해오고 있고 일본 업체들에게 지불하는 로열티도 만만치 않아 국내 업체의 사업채산성은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현재 비디오카메라와 관련된 국산제품의 핵심부품 수입의존도는 60%(금액기준)에 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내수시장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일제 밀수품은 국내 업체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 94년 총 11만여대가 들어와 시장점유율이 무려 60%에 달한 것으로 파악된 일제 비디오카메라는 국산품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시장점유율은 95년 47%, 작년엔 45%로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내수규모가 커지면서 물량은 매년 2만~3만대 이상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본에서 출시된 지 얼마 안돼 최신 제품들이 국산 최고급 제품과 큰 가격차이가 없이 국내 전자상가에 등장하고 있어 국내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 지난 92년부터 잠정특소세율이 적용되고 있는 비디오카메라에 대한 특소세율이 현행 10.5%에서 올 하반기부터 15%로 인상 적용됨에 따라 특소세 인상분에 대한 대책도 적지않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한편 내수시장은 최근 들어 일본을 중심으로 새로운 개념과 기술이 채용된 비디오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시장기반이 다져지기도 전에 고급기종과 보급기종으로 이원화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94년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비디오카메라의 수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60만~70만원대의 보급형 제품 출시에 나선 지 2년도 채 안돼 액정모니터, 디지털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보급형 8㎜ 제품과 액정모니터를 채용한 1백만원대 이상 최고급 기종 사이에 놓인 하이밴드 8㎜ 기종의 입지가 다소 약화될 전망이다.

내수시장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함께 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93년부터 LG전자와 삼성전자가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시작된 비디오카메라 수출은 지난해 총 70여만대의 실적을 올리면서 전체적으로 전년보다 30% 가량 신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술력, 브랜드 인지도 등 전반적인 면에서 일본 제품에 열세를 보이고 있어 내수사업 이상으로 수출 채산성도 아직까지 열악한 실정이다.

이처럼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국내 가전업계는 비디오카메라 사업에 대해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다. 광학, 반도체, 메카트로닉스 분야의 첨단기술이 집약된 비디오카메라의 산업적, 전략적 가치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향후 비디오카메라는 멀티미디어, 디지털시대를 맞아 PC주변기기로 인식되어 동영상편집, 영상회의용 등으로 현재보다 용도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신호처리 기술이나 초소형, 데크메커니즘 설계기술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상품화 컨셉을 창출해 내는 능력이 향후 세계 비디오카메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관건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는 일본 제품의 내수잠식을 저지하고 핵심부품을 국산화해야 하는 당면과제와 함께 디지털시대로 치닫고 있는 새로운 환경에 대응해야 하는 버거운 짐을 안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