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방송용 등 특수한 용도로 사용돼 왔던 비디오카메라가 80년대 들어 가정용으로 등장한 이후 전세계 비디오카메라 업체들의 관심사는 일반인들이 더욱 간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과 새로운 상품 콘셉트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비디오카메라와 관련해 80년대에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그동안 어깨에 걸치고 다니면서 사용해야했던 비디오카메라를 한손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한 8㎜ 핸디캠 스타일의 등장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대 들어서는 액정모니터를 채용한 비디오카메라와 디지털비디오카메라(DVD)가 비디오카메라 시장에 신기원을 열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외 비디오카메라 시장에서 가장 각광을 받고있는 액정모니터 비디오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를 집중 조명해 본다.
<편집자>
<>액정모니터 비디오카메라
액정(LCD) 기술의 대명사인 일본의 샤프사는 일본 뿐만 아니라 전세계 비디오카메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소니와 마쓰시타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비디오카메라의 콘셉트를 근본적으로 바꿔야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철저한 소비자 조사를 바탕으로 야심적인 상품기획작업에 착수했다.
소비자조사를 통해 샤프가 분석한 기존 비디오카메라에 대한 불만은 첫째 촬영 때를 제외하곤 이 제품이 짐이 된다는 점과 두번째로 촬영자가 자신을 찍을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 셋째로 촬영한 내용을 현장에서 바로 볼 수 없다는 것으로 집약됐다.
샤프는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3년여에 걸쳐 새로운 상품 콘셉트를 잡고 상품기획, 설계, 디자인분야의 베테랑을 모아 긴급프로젝트팀(TFT)을 구성했다. 이 팀이 내놓은 새로운 아이디어의 핵심은 바로 샤프가 자랑하는 액정모니터.
액정모니터를 채용, 비디오카메라의 개념을 기존의 「찍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바꿔보겠다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구체화해 드디어 92년 10월 액정뷰캠(View Cam)이라는 기존 제품과 완전히 차별화되는 제품을 선보였다. 촬영하기 위해 눈을 갖다대야하는 뷰파인더 대신 4인치 크기의 액정화면을 채용하고 렌즈 각도를 전방으로 90도, 후방으로 1백80도 총 2백70도까지 조절할 수 있어 하이앵글과 로앵글의 촬영이 가능해졌다.
또 렌즈를 촬영자쪽으로 돌려놓고 액정모니터를 보면서 촬영자 자신을 촬영할 수 있어 찍는 사람이 찍히지 않는 한계도 해소했다. 이와 함께 찍은 화면을 액정모니터로 재생해 즉석에서 보고 이와는 별도로 TV 시청도 즐길 수 있게 했다.
즉 샤프가 이 제품의 콘셉트를 잡기 전에 발견했던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을 거의 다 해결한 셈이다. 이 액정뷰캠은 출시된 지 1년만인 93년에 26만여대의 판매실적을 기록하면서 순식간에 히트상품으로 부상했고 95년에는 40만대 가량이 팔려 시장점유율 30%를 기록함과 동시에 마쓰시타를 제치고 샤프를 일약 일본시장의 2위 업체로 끌어올렸다.
액정모니터가 채용된 비디오카메라 열풍은 국내에도 밀려와 지난 95년 가을 삼성전자가 액정모니터를 채용한 「마이캠」을 처음으로 출시,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도 액정비디오카메라 시대가 열렸다.
삼성전자에 이어 지난 96년 상반기에 출시한 LG전자의 「아트캠 프리」는 액정모니터와 카메라 부분을 자유자재로 분리,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이 기존 제품과 가장 큰 특징이다. LG전자가 이같은 분리형 개념에는 일본 샤프의 액정뷰캠과 차별화시키면서 렌즈부분 회전에 대한 샤프의 특허를 극복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분리형은 사용 편리성 측면에서도 많은 장점을 제공하고 있는데 비디오카메라를 장시간 사용할 때에는 액정모니터 부분을 카메라 부분에서 분리, 허리에 차거나 어깨에 둘러메어 무게 부담을 분산시킬 수 있고 앞을 보면서 등뒤의 모습을 촬영하거나 촬영자의 시야가 가려진 곳도 찍을 수 있는 등 다양한 앵글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나 액정모니터를 채용한 비디오카메라는 일반 8㎜보다 무게가 1백 가량 무겁고 전력소모가 많은 것이 흠이다. 액정모니터 비디오카메라는 출시된 지 1년 만에 국내 비디오카메라 시장의 16%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향후 고급 기종의 주력 제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비디오카메라도 디지털 시대
비디오카메라 시장에도 디지털 시대가 열리고 있다.
빛에서 전기로 바뀐 신호 일체를 디지털 방식으로 테이프에 기록하는 DVC의 최대 장점은 레이저디스크플레이어(LDP)를 능가하는 고화질과 콤팩트디스크 수준의 고음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각종 영상기기의 화질 기준으로 사용되는 수평해상도를 기준으로 볼 때 DVC의 수평해상도는 5백본으로 VCR(2백40본)의 2배를 넘고 가정용 영상기기 중 가장 화질이 우수하다고 평가되고 있는 LDP(4백본)를 능가한다. 다양한 색상을 받아들이는 색대역폭도 1.5로 아날로그 방식보다 3배나 넓어 유사한 색상간의 섬세한 차이까지 표현해 낸다. 또 아무리 여러번 테이프를 반복 재생해도 화질이 저하되지 않는 것도 DVC의 장점 중의 하나다.
부가기능 측면에서도 디지털카메라는 아날로그 방식에는 없는 많은 기능들을 가지고 있는데 정지영상을 찍어 테이프에 저장하는 방법을 통해 디지털카메라로 활용할 수 있고 스캐너 대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PC와 연결해서 정지영상을 편집,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은 부가기능 측면에서 이 제품이 자랑하는 강력한 매력 포인트다. 이러한 기능들은 DVC는 지난 95년 가을 소니, 마쓰시타, JVC, 샤프 등이 잇따라 이 제품을 출시한 이후 작년에는 무려 일본 내수의 40%에 달하는 50만여대가 팔린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올해는 예상 수요 1백50만대의 70%에 달하는 1백여만대가 팔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일본에서 DVC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것은 대체수요의 증가와 최근 2년 동안의 PC 판매량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책과제의 하나로 지난 94년부터 가전 3사가 참여한 가운데 DVC 및 VCR에 대한 연구가 착수되어 작년 말로 표준해상도급에 대한 연구작업이 완료됐다. 이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DVC 개발능력을 확보했으며 삼성전자는 작년 말 국내 처음으로 6.35㎜ 테이프를 사용한 DVC(모델명SV-D100)를 출시했다.
<가전산업부>
<인터뷰> 공희철 삼성전자 캠코더 설계그룹장
『일본의 그늘을 벗어나 독창적인 한국산 비디오카메라를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입니다.』
삼성전자의 비디오카메라 설계를 지휘하고 있는 공희철 설계 그룹장은 삼성전자가 수출과 내수를 포함, 연간 1백만대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전제하고 자사제품을 어떻게 특화시킬 것이냐 하는 문제가 가장 큰 고민거리라고 지적했다.
고체촬상소자(CCD), 렌즈유닛, 데크메커니즘, 회로설계를 비디오카메라의 4대 핵심기술이라고 설명하는 그는 CCD분야의 기술이 일본에 비해 가장 낙후되어 있어 이에 대한 국산화가 가장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재 비디오카메라, 감시용카메라, 스캐너 등에 사용되는 CCD 수요는 전세계적으로 연간 3천만개에 달하고 있는데 이 중 98%를 일본 업체가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희철 설계 그룹장은 『지난해 상품화한 DVC를 PC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일본의 마쓰시타에 이어 두번째』라고 설명하고 『일본을 따라 잡기 위해서는 설계기술 뿐만 아니라 부품, 소재, 마무리기술 등 총체적인 기반기술향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주재걸 LG전자 캠코더OBU장
『일제 밀수품의 내수시장 잠식을 저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LG전자의 비디오카메라 사업을 이끌고 있는 주재걸 OBU장은 지난 94년 국내 시장점유율이 60%에 달했던 일제 밀수품의 비중이 점차 낮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당분간 내수시장에서 일제 밀수품을 밀어낼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일본에서 발표된 최신 제품이 곧장 국내 암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최근의 비디오카메라 밀수 추세를 설명하고 『가격차이도 국산제품과 20만∼30만원 정도에 불과해 본격적인 성장기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되는 내수시장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액정모니터를 채용한 1백만원대 이상 고급모델을 앞장 세워 일본제품을 견제함과 동시에 수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보급형 제품도 적극적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최근 일본에서 DVC 붐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주재걸 OBU장은 국내보다 일본의 내수규모가 국내보다 10배나 크고 전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LG전자는 투자효율성을 고려, 당분간 기반기술을 축적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