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정축년은 정보통신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는 컴퓨터 탄생 50주년을 맞는 해다. 근대 컴퓨터의 효시를 1946년의 애니악(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제작)으로 보면 요즘 50세 이상의 기술자들은 BC에 태어났던 퇴조되는 기술인력으로 매도될 수 있다.
50대 중견 기술관리자들이 분명 BC(Before Computer)에 태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성서적 신, 구약시대를 분기하는 BC(Before Christ) 구세대로 취급당하는 느낌을 떨치지 못한다면 자학하는 행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도 강의시작 때 본인 소개를 BC 8년에 태어난 컴맹부류의 아날로그맨이라고 고개숙인 남자가 되어주면 젊은 학생들은 자칭 디지털맨으로 자부하면서 우쭐대는 모습을 종종 경험한다.
진정한 기술자란 모름지기 기술을 업으로 종사하는 사람이며 그 기술이란 기(Skill)와 예(Art)에 대한 재주를 일컫는다.
인공위성을 Artificial Satellite로 표기하는 것도 자연의 반대어는 예술임을 지적한 것이다.
아무리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잘해도 컴퓨터라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아니며 흡사 조각이나 건축물 등 예술작품을 만드는 연장(Tool)으로 쓰이는 수단에 불과하다.
정보통신의 실체(HW)를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기본 납땜질이나 측정기 응용법은 몰라도 컴퓨터에만 익숙하면 첨단 기술자로 군림하려는 AC(After Computer)세대의 그들 역시 후속되는 기술진화의 주기에 편승되어 또 다른 BC(Before Cybernetics)로 재분류되는 찰나에 처해 있는 것조차 감지 못한 듯하다.
2차원적인 컴퓨터 디스플레이 표면처리가 막 부상중에 있는 3차원적인 사이버 스페이스 공간처리 신기술에 밀려가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미구에 실행될 기존의 지구궤도를 선회하는 위성통신이 대우주로 신장하는 행성통신으로 진화하면서 4차원적인 시공을 초월한 심오한 대우주를 관조할 수 있다는 이른바 「코스모라마」 등의 첨단을 거듭하는 기술이 등장할 때 바야흐로 「사이버 스페이스」 출현의 원년생인 지금의 10대 아이들조차 또 하나의 BC(Before Cosmorama)에 태어난 기술자로 낙인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정보통신의 핵심인 전자기파의 사이클(주기)이 과거 50년내에 중파, 단파에서 초단파, 극초단파를 경유하고 밀리파가 꽃피우기 이전에 성급히 광파로 급변하듯이 기술 가운데 특히 정보통신분야의 기술혁신, 기술혁명의 변천주기 역시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새삼 가속화된 파동으로 격동감을 실감케 한다.
결론적으로 자칭 독보적 기술자라고, 이전에 육성된 기술자를 배제하려는 근시적인 풍토가 있긴 하지만 자기 한평생 동안 수차례 이상의 이른바 BC에 BC에 태어난 다른 부류 사람들과 연계해서 생활하는 신, 구 「패러다임」이 엄연히 공존하는 지구촌 한마당에서는 여하한 기술자도 숙명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BC에 태어난다는 철학을 명심하고 천리길도 황소의 우직한 한 걸음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영원불멸할 금언을 금년 소해를 맞이하면서 특별히 음미해 본다.
<金光榮 아태위성통신협의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