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부도이후 큰 변화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덤핑자제다.
지난해 중반기 부도위기에 몰린 유통업체들에 의해 성행하기 시작한 덤핑거래는 올해 2월 부도 도미노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중견 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로 덤핑을 주도해온 주체들이 상당수 사라지면서 그동안 오랜 관행으로 자리잡아오던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덤핑거래도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용산의 한 컴퓨터상가 관계자는 『지난달 연쇄부도로 쓰러진 유통업체들이 대부분 덤핑을 대대적으로 행해왔는데 이들 업체가 한꺼번에 사라지면서 덤핑거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며 『정확한 덩핌물량의 축소는 파악할 수 없지만 지난해 말에 비해 3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3월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덤핑물량은 부도를 내고 쓰러진 업체들이 부도직전까지 출시한 일부 물량과 일상적인 폐업, 전업 업체들이 내놓은 물량 정도』라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부도를 내고 쓰러진 S사의 매출액은 1천5백억원. 이는 전년 대비 8백%의 고성장을 이룩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컴퓨터 부품 및 주변기기를 저가에 구입해 다른 유통업체에 되파는, 이른바 「중간도매업」으로 올린 성과다.
S업체의 실거래 내역을 보면 대부분 대대적인 덤핑물량 확보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S사의 물품을 공급받은 A사 또한 어음결재 시한이 임박해오고 자금사정이 악화되면 자체 유통품목을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덤핑으로 판매하곤 했다. 물론 A사도 2월초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이에 따라 중견 유통업체의 연쇄부도 이후 부도여파를 피해간 업체들은 덤핑을 극히 자제하는 분위기다.
중견 컴퓨터업체인 T사의 K전무는 『컴퓨터 유통업을 하다보면 가끔 갑작스러운 자금위기에 몰리게 되는데 이때는 현금화를 위해 가장 손쉽고 신속하게 할 수 있는 덤핑을 이용하게 마련이다』며 『지난 2월 부도 도미노 이후 불가피한 덤핑행위에도 고객과 거래업체로부터 부도위기에 몰리고 있다고 오해를 받게 돼 최근엔 웬만한 자금악화가 아니면 덤핑판매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체들은 최근 덤핑을 자제하고 있는 동시에 시중에 나온 덤핑물량을 확보하는 데도 상당히 신중을 기하고 있다.
나진컴퓨터랜드의 J부장은 『지난해 말만 해도 중견 컴퓨터 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덤핑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곧 이윤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다는 분위기였으며, 실제 이같은 이론은 적중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덤핑물량이 거의 없어 제품확보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덤핑물량을 잘못 잡으면 부도업체에 물릴 위험성이 있고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어 이를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최근에는 소비자들도 저가의 덤핑제품 대신 가격이 비싸더라도 AS가 확실한 대기업 제품을 선호하고 있어 컴퓨터 유통업체들의 덤핑판매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H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최군은 『최근 컴퓨터상가에 덤핑물량이 많아 컴퓨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부도를 내고 쓰러진 H사의 1백33급 펜티엄PC를 시중가보다 30% 가량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각 부품이 표시된 기종보다 한단계씩 하위기종이었으며 그나마 제품고장이 나더라도 제조업체가 망하고 없어 AS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덤핑제품의 구매는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