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PC업체들이 대학가에 한정 판매하는 저가형 노트북PC가 용산상가로 대거 유입되면서 노트북 PC의 가격질서가 물란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IBM, 삼보컴퓨터, 대우통신 등 대형 PC업체들은 대학생들을 위한 저가형 노트북PC를 별도로 생산, 2월 중순부터 전국 주요 대학에 시중가보다 30∼40%정도 저렴한 파격적인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나 판매물량의 일부가 포장도 뜯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 유통상들에 의해 용산전자상가에서 대량으로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1백50Mhz급 펜티엄칩과 12.1인치 TFT-LCD(박막액정표시장치), 6배속CD롬드라이브 등을 장착한 대학생용 노트북PC를 별도로 제작, 일반제품과 구별되도록 제품 색상을 달리해 「아카데미 센서」라는 제품명으로 대학가에 2백29만9천원(부가가치세 포함)에 판매하고 있다.
이 제품과 동일한 규격의 삼성전자 노트북PC의 소비자가격은 4백20만원선이며 용산상가에서는 현금 일시불 조건으로 3백5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어 「아카데미센서」와 1백만원 이상의 가격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등록철과 맞물려 대학생들이 목돈 마련이 어려운 점을 고려, 대학측과 협의해 저렴한 가격으로 노트북PC를 공급하고 있는데 일부 중간유통상들이 대학생들을 동원, 편법으로 제품을 구매해 정품을 취급하는 일선 대리점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도 대학가에 1만8천대를 판매했으나 이 가운데 10%정도가 용산상가 등으로 흘러들어 일선 대리점들로 큰 반발을 샀다.
용산 전자상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중간상들이 대학생들을 수십명씩 끌어모아 1대당 10만∼20만원 정도의 「수고비」를 주고 대학생용 노트북PC를 편법으로 구매, 용산상가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세차익이 상당한 만큼 상당수 점포들이 대학생용 노트북PC에 매력을 느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LG-IBM과 삼보컴퓨터, 대우통신의 대학생용 노트북PC도 일반제품에 비해 수십만원씩의 가격차가 나 용산상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용돈마련을 위해 제품을 유통상에게 넘기는 학생들을 가려내 처벌할 수도 없는 만큼 대학 학적부를 일일이 대조, 학생 1인당 1대씩만 판매하는 것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신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