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행망PC 규격 개정안 논란 배경

최근 정부가 마련한 행정전산망용 PC규격 개정안에 대해 업계간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되고 있다.

총무처는 이번 마련되는 개정안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초고속 정보통신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앞으로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에 도입할 PC의 규격을 대폭 향상시켜 사용기관들의 업무처리를 향상시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따라 개정안은 지난해의 규격 보다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인 펜티엄 1백66MHz CPU(호환칩 포함), ATX보드와 USB포트, CD롬 드라이브 등을 기본규격으로 정하고 MMX칩을 선택사양에 포함시켰던 것. 그러나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 업계의 의견을 묻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등 2개회사들은 이번 개정안에 대한 회사측의 견해를 한국컴퓨터연구조합을 통해 총무처 및 규격제정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전기전자시험연구소에 제출했다.

삼성전자는 의견서에서 『ATX보드는 인텔이 세계 보드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마련된 규격인데 이를 국가표준규격으로 삼는 것은 잘못이며 MMX칩 및 USB규격 또한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내년 이후로 제정을 미루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와함께 사용환경에 적합한 사양 이상을 기본규격으로 채용해 불필요한 자원낭비 및 국가예산의 낭비를 초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대해 삼보컴퓨터는 『ATX보드가 향후 업계의 표준으로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애프터서비스 등을 위해서도 기본규격으로 제정돼야 하며 USB 지원도 앞으로 사무환경에서 많이 사용될 인터페이스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행망PC의 기본규격을 높인 이번 개정안에 대해 전폭적인 환영의 뜻을 표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정부가 규제 보다 최소한의 기본요건만 제시하고 나머지는 수요기관들이 자율구매를 할 수 있도록 행망PC입찰제도의 개선을 정부측에 강력히 요청해 왔다. 또 외국 특히 일본의 경우를 예로 들며 정부가 앞장서 새로운 규격 및 기술들을 채용한 제품들을 민수시장에서 보다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 기업들의 개발의욕을 부추기고 민수시장을 이끌어와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이같은 측면에서 본다면 이번 개정안은 일단 그동안 업계의 주장을 정부측에서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기본규격을 낮추자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규격 자체 보다는 규격제정 이후 진행될 행망PC 공급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최저입찰제로 진행될 경우 PC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하지 않았냐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삼성도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에서 『펜티엄 1백66MHz CPU 등 이번 개정안에 기본으로 포함된 규격들이 현재 민수시장에서의 주력제품 규격과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행망에 저가로 PC를 공급할 경우 업체의 적자폭이 크게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LGIBM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행망PC의 규격이 민수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하위기종으로 채택됐기 때문에 민수시장과 행망시장이 사실상 이원화돼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의 경우 민수시장의 주력기종과 거의 동일수준으로 제정돼 행망 PC공급가가 직접 민수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또 『행망 PC시장에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출혈을 감수하며 저가에 입찰하고 있는 것은 행망시장 보다 공공기관 및 정부투자기관 등에서 납품자격을 행망PC 공급업체로 한정해 이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행망PC공급자격을 따내야한다』며 『이번 개정안에 대해 업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도 규격 자체의 문제 보다 앞으로 발생될 후유증이 충분히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 마련되는 개정안은 이같은 업계의 주장 보다는 실제 행망 PC를 사용하는 수요기관의 입장에서 규격이 제정돼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하며 규격이 상향조정됐다면 현재 업계의 출혈경쟁을 요구하는 정부의 구매제도 또한 이번 기회에 제값을 주고 구입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