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 주말에 컴퓨터 구입 고객 줄잇는다

새 학기를 맞아 요즘 주말이면 서울 용산 전자상가의 각 매장에는 새로 PC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각 매장의 진열대에는 올해초 PC업계를 강타하고 있는 인텔의 MMX칩과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롬 드라이브를 탑재한 최신 모델들이 모습을 드러낸 채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기존의 펜티엄PC보다 현저히 빠른 PC처리속도와 DVD롬을 통해 펼쳐지는 레이저디스크(LD) 수준의 고화질 영상은 고객들의 구매욕을 부추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는 PC가격이다. 최근들어 계속된 경기부진으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최고급 PC 1대 값이 소형 승용차와 맞먹는 3백만∼4백만원선. 다른 신형 펜티엄PC도 2백50만원대로 역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요즘 PC를 새로 장만하려는 사람들 중에는 PC가격이 비싸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최신형의 새 컴퓨터를 사야 할지, 아니면 값싼 펜티엄PC를 사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일반적으로 PC는 다른 전자제품에 비해 사용기간이 짧다.

실제 제품구입후 3∼4년 동안 사용하는 컬러TV나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의 가전제품과 비교하면 PC는 소비자들의 실제 사용기간이 길어야 1∼2년으로 가전제품의 절반에도 못 미치면서도 값은 오히려 보통 배이상 비싸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고가의 MMX칩을 탑재한 PC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에서는 거품가격을 제거한 저가의 멀티미디어 PC붐이 일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올해초 1천달러 안팎의 값싼 멀티미디어 PC가 잇따라 등장, PC를 선뜻 구입할 수 없는 저소득 계층은 물론 자녀의 졸업입학을 맞아 추가로 1대를 더 사야 하는 중산층 가정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일례로 컴팩이 지난달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프리자리오 2100」은 1백33 CPU에 기본메모리 24MB, 2GB HDD, 8배속 CD롬 드라이브, 33.6kbps모뎀, 고음질 스피커를 장착하고 있으면서도 가격은 9백99달러(약 85만원)로 기존 멀티미디어 PC가 2천달러(약 1백70만원)를 넘는 것에 비하면 거의 파격적인 가격이다.

그러면 우리들도 값싼 PC를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대답은 그렇지 않다. 부모와 자녀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실속구매가 가능하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 PC업체들은 새학기 특수를 맞아 경쟁적으로 최신모델을 선보이면서 구모델에 대한 가격파괴를 실시하고 있다.

구모델이라고 하지만 요즘 관심을 모으고 있는 MMX칩과 DVD롬 드라이브만 탑재하지 않았을 뿐, 펜티엄 1백33 CPU에 16MB 기본메모리, 8배속 CD롬 드라이브, 1.6GB HDD, 33.6kbps 모뎀, 15인치 컬러모니터를 장착하고 있어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기엔 과분한 사양이다. 구입가격은 보통 1백50만∼2백만원 안팎이다.

이보다 좀더 실속있게 PC를 구입하려면 맞춤PC에 눈을 돌리는 것도 괜찮다.

맞춤PC는 PC업체가 규격화해 생산한 PC대신 소비자가 자신의 작업이나 컴퓨팅환경에 맞는 사양을 모두 스스로 선택해 구입할 수 있는 PC로, 같은 비용을 들여서 훨씬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

일례로 16배속 CD롬 드라이브와 같은 주변기기를 구입하지 않는 대신 펜티엄 1백33또는 1백66 CPU에 32MB 기본메모리, 2.1GB HDD, 33.6kbps 모뎀, 15인치 컬러모니터로 맞춤PC를 구입할 경우 1백20만∼1백5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맞춤PC와 비슷한 알뜰구매 형태로는 필요한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이 있다. 일례로 386PC를 486DX2-66로 업그레이드할 경우 20만원이면 가능하고 586펜티엄 1백의 경우 30만원이면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밖에 중고PC를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요즘 용산 전자상가 등지에는 중고PC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 컴퓨터 보급대수가 1천만대로 늘어나면서 중고 컴퓨터 유통시장도 1백만대 규모로 커져 중고PC매매가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 PC를 구입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먼저 용산이나 청계천 등에 밀집해 있는 중고PC전문 매장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용산 전자랜드에는 대기업의 전문대리점 못지 않게 깔끔하게 꾸며진 중고 PC매장이 몇 군데 있다. 이곳에 놓여 있는 PC들은 미리 중고PC라고 귀띔해 주지 않았다면 마치 새로 출시된 최신모델로 착각할 정도다.

선인상가상우회의 경우 중고PC의 활발한 거래를 위해 매달 2, 4주 일요일에 「일요경매시장」을 열고 있는데 이 경매에 참여하면 PC를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

선인상가상우회는 또 소비자들이 중고PC를 꺼리는 이유 중의 하나로 애프터서비스(AS)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동AS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PC통신을 이용해 중고PC를 구입하는 방법도 있다.

PC통신 천리안이 제공하는 「알뜰시장」을 이용하면 통신인끼리 중간마진이나 별도의 수수료없이 서로 직거래함으로써 훨씬 싼 값에 PC를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엔 부속품이나 주변기기가 제대로 장착돼 있는지 또는 AS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중고PC 전문매장이나 PC통신을 이용해 구입할 수 있는 중고PC는 기종이 매우 다양하며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이곳에서 가장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는 486DX/66제품의 경우 50만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는데 기본메모리 16MB, 8배속 CD롬 드라이브, 5백40MB HDD, 14.4kbps모뎀, 사운드블라스터, 14인치 컬러모니터를 기본사양으로 갖추고 있다.

또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586펜티엄 PC의 경우 조립PC냐 업체제품이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심하지만 보통 출시된 가격의 반가격이면 구입할 수 있다.

일례로 1백33 CPU에 기본메모리 16MB, 8배속 CD롬드라이브, 1.3GB HDD, 모뎀14.4kbps모뎀, 사운드블라스터, 14인치 컬러모니터를 장착한 조립PC는 75만원이며 업체제품의 경우 1백만원 안팎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김종윤 기자】